롯데케미칼, '사드' 직격탄은 피했지만…中사업 여파 불가피
입력 2017.03.10 07:00|수정 2017.03.13 09:43
    '중간재' 석유화학 제품, 유통업 대비 손실 우려 낮아
    그룹차원 문제로 간접 영향…中 시장 확대 계획 어려울 듯
    "대규모 신규 투자 및 M&A 거래에도 변수로 작용할 우려도"
    • 롯데케미칼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보복에 직접적 타격은 덜하다. 석유화학 제품은 완제품의 재료인 중간재 성격이 강해 유통업과 달리 한발 벗어나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문제로 불거진 탓에 간접적 여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중국 진출의 한 축으로 현재 6곳의 중국 법인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4년 중국 야싱그룹과 함께 산둥성 웨이팡지역에 염화폴리에틸렌(CPE)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중국 대진화학유한공사를 인수했고 2010년에는 중국 삼강화공유한공사와 합작해 절강성 가흥시에 에틸렌옥사이드(EO)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2015년에도 중국 심양에 화학공장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사드 이슈가 본격화 되자 최근 중국 내부에서 "롯데케미칼의 제품이 중국업체 제품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거래선 번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부정적인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 시장에서는 당장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매출이 늘며 과거 20%를 웃돌던 중국 매출은 최근 5% 내외로 줄었다. 타이탄(Titan)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도 유럽 국가가 주요 고객이다.

      중국 정부가 나서 수입을 규제하지 않는 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소수 제품을 제외한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도 아직 낮다. 환경문제로 인해 석유화학 설비 증설도 제한적이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대체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B2B 사업은 장기 거래계약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번에 거래선을 끊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납사와 같은 기초유분이나 중간재료 등은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도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해 수출 중단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드 여파가 심화될 경우를 위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거나 합작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지역 최대 시장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45.5%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이 동남아 위주로 사업 범위가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하면 중국 시장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 투자나 매출처 강화 등의 시도는 당분간 막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기존에 세워둔 합작 사업이나 공장 운영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이슈로 그룹 전반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거래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롯데케미칼은 결국 본입찰에는 들어갔지만 입찰 가격을 보수적으로 수정하면서 인수 성사가 불투명해졌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업황 개선에 힘입어 롯데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을 깨고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면서 "조단위 M&A를 추진하기에 시기 적절치 못하다는 그룹 내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석유화학은 B2B 사업이고 동남아 매출이 커서 직접적인 타격이 적지만 간접적 영향은 피할 수 없기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