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교보생명, 배경은 人의 장막
입력 2017.03.16 07:00|수정 2017.03.17 11:27
    임원·이사회, 회장 측 인선 주축
    '외부 목소리 전달 안된다' 지적
    투자금 회수 급한 FI 부담 커져
    • 교보생명이 자본확충과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아직 어떠한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선 신창재 회장을 둘러싼 '인(人)의장막'을 지지부진한 의사결정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을 필두로 4명의 사업부문 부사장이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윤열현 채널담당 부사장, 박영규 마케팅담당 부사장, 박봉권 자산운용담당 부사장, 황주현 IT담당 부사장이 그들이다.

      '영업통' 윤열현 부사장은 2013년 마케팅 부사장으로 선임됐고, 2015년부터는 다양한 영업채널을 총괄하고 있다. 박영규 부사장은 계리업무에 능통해 교보생명 대표 계리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출신 박봉권 부사장은 2011년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에 올랐고, 2013년부터 자산운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가장 뒤늦게 부사장에 오른 황주현 부사장은 교보생명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역임한 IT전문가다.

      황 부사장을 제외한 세 명의 임원재직기간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4년에 이른다. 그만큼 오랜 기간 신 회장 주변에서 머물렀다.

      이 외에 신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로 이석기 전무가 거론된다.  임원 중에서 유일하게 사내이사에 들어간 이 전무는 재무실장, 경영지원실장 등 사내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전무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평가다.

    • 지난해 신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중효 전 교보교육재단 이사장, 황성식 삼천리 사장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모두 교보생명 임원 출신이다.

      이중효 사외이사는 1970년 교보생명 공채 1기로 퇴진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줄곧 교보생명에만 몸 담았다. 퇴임 후에도 교보생명의 대산농촌문화재단 이사장,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황성식 사외이사는 교보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 교보문고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이 이사회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 우리은행 인수, 인터넷 은행 진출 등 신사업에 의욕적으로 참가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벽에 막히자 자기 쪽 사람을 앉혔다는 설명이다. 교보생명 사외이사진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선임한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 하리 라잔 2명과 신 회장 측 인사 2명으로 채워지게 됐다.

      투자 업계에선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에 신 회장 측 인사들이 채워지면서 외부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주주들의 요구는 점점 커지고 시장상황은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를 인지해 제대로 된 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연말 의뢰한 ‘최적자본구조 구성방안’ 컨설팅도 FI들의 요구에 떠밀려 이뤄졌다. 프로젝트는 거창하지만, 실상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컸다. 마음이 조급한 FI들이 투자자 수요나 알아보자고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컨설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받아 든 교보생명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내부에선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FI들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다. 코세어와 핀벤처스(현 KLIINVESTORS)는 투자 햇수가 벌써 10년을 넘어가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당초 2015년까지 IPO를 통해 회수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IPO 시한을 늦추기로 했다.

      투자업계에선 극단적인 경우 이들이 풋옵션(Put Option)을 단행, 투자금 회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FRS17 도입 및 건전성 규제 강화로 보험업계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마당에 마냥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 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I들의 연합구도 형성 가능성도 없지 않다. FI들의 지분율은 51.3%로 신창재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의 총합인 39.5%보다 높다.

      FI들의 요구가 거세지면 자칫 신 회장의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신 회장으로선 외부 FI를 유치해야 하나, 기존 FI들도 투자금 회수를 못하는 데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내부의 목소리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FI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라며 “내부 경영진들의 목소리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