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회냐? 부실 신호냐? 대규모 BW의 역설
입력 2017.03.17 06:30|수정 2017.03.17 06:30
    2009년 코오롱·기아차 이후 대유행
    '비교적 리스크 적은 투자' 인식에도
    막상 발행 후 발행사 상당수 악재 맞이해
    • 분리형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2009년 이후 친숙한 투자 상품이 됐다. 대규모 발행이 잇따랐고, 비교적 적은 위험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불과 2년만에 12배 수익을 낸 기아자동차 BW처럼 '대박'을 낸 사례는 신화처럼 구전되지만, '쪽박'을 낸 BW는 곧 기억에서 잊혀진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아픔을 준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다.

      2009년 코오롱과 기아차의 BW 발행 성공 이후 수많은 공모형 BW가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이중 발행규모 500억원 이상의 대형·공모 BW를 추려봤을때, 발행 기업이 BW 존속 기한 동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 사례는 찾기 드물었다.

      두 차례에 걸쳐 6000억원의 BW를 시장에서 조달한 대한전선의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부침을 겪었다. 채권단 자율협약 단계에서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이 저울질되다 결국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STX그룹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가장 빈번하게 BW를 발행한 그룹이다. STX조선해양을 필두로 ㈜STX, STX팬오션(현 팬오션) 등이 고루 BW를 발행했다. 가장 많이 BW를 발행한 STX조선해양은 결국 상장폐지됐다. STX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금호그룹도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가 2009년 잇따라 BW를 발행했다. 그리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웅진그룹과 동부그룹도 BW 발행을 여러차례 타진했고,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웅진그룹 역시 해체 수순을 밟았고, 동부그룹도 사실상 금융계열사만 살아남았다.

      2013년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기 전 '마지막 공모'에 나서 3000억원을 조달한 한진해운은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분리되고, 별도 매각이 가능하며, 주가가 떨어질 때에도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꼽힌다. 그래서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공모형 BW 발행은 항상 '주요한 투자 기회'로 인식돼왔다.

      사실은 반대였다는 지적이다. BW는 주로 신용 자금 조달이 거의 막히고, 매각할만한 자산이 마땅치 않은 기업이 마지막으로 택하는 수단이다. 은행 대출도, 일반 회사채 발행도, 유상증자도 어려운 기업의 '마지막 생명줄'로 통한다.

      잠시동안의 유동성 위기만 BW로 이겨내고 업황이 턴어라운드 됐다면 이들 BW 발행 기업도 대부분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BW 발행 이후에도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은 코오롱, 기아차, LG이노텍 정도다.

      특히 두 번 이상 시장에서 대규모로 BW를 발행한 기업이나 그룹은 상당수가 끝이 좋지 않았다.

      분리형 공모 BW 발행 재허용 이후 국내 증시에서 두 번 이상 BW를 발행한 기업은 두산건설 뿐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에도 1000억원을 BW로 조달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