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반도체 인수 목적과 의지는 분명하다
입력 2017.03.20 07:00|수정 2017.03.20 07:00
    낸드, 3D낸드 중심 개편…도시바 인수 외 점유율 확대 묘수 없어
    SK그룹+미래에셋 펀드 등 인수자금 조달 능력 충분
    결국 도시바 및 日정부 진성매각 의지에 달려
    • 도시바 반도체의 예비입찰 마감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매각전 양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매각 측이 정확한 거래 규모를 밝히지 않으면서 진성매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수후보자들은 지분 100% 매각에 대비, 합종연횡을 위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치적으로나 사업적 또는 재무적으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또 자체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을 받으면 재무적으로도 큰 무리는 없다는 게 SK하이닉스와 SK그룹 내부의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원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낸드플래시, 특히 3D낸드에 대한 시장점유율과 기술력 확보다. 낸드 부문은 2D에서 3D로 기술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반도체업계에선 64단 이상 3D낸드부터는 2D낸드를 대체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현재 64단 3D낸드는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고, 재고가 없을 정도로 생산하는 족족 팔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치킨게임에서는 승자가 됐지만 낸드에서는 후발주자이면서 기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낸드의 기술과 특허, 인력 모두 도시바가 우위에 있다. 지난 2014년에는 SK하이닉스의 낸드 특허 침해가 인정돼 도시바에 무려 3조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즉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면 특허 및 원천기술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낸드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이는 SK하이닉스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시장 자체가 좋아 그런 것”이라며 “기술 측면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 좁히기는 불가능한 상태여서 SK하이닉스가 낸드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SK하이닉스 낸드 기술 기반은 대부분 도시바에서 나온 것으로 지금도 말 못하는 특허 침해 문제가 많다”며 “낸드 관련 지적재산권과 기술 측면에서 취약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도시바 인수로 이 부분을 단번에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램에 이어 낸드시장에서도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결국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간 대결 구도가 되면서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마이크론은 각자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중국과의 연합, 독자생존, 니치마켓 진출, 도시바와 협력 등 다양한 카드가 있는데 현재로선 도시바와의 협력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SK그룹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선 지금의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낸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당장 낸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인수합병(M&A)이 유일한 방안이고, 그런 측면에서 도시바메모리 인수 또는 지분 투자는 절실하다”고 전했다.

    • 시장의 염려 중 하나는 SK하이닉스의 인수 여력이다. 도시바가 반도체 지분을 최대 100% 매각할 경우 예상되는 매각가는 무려 26조원가량이어서다. 지분 100% 매각을 전제로 시장에선 SK가 FI와 함께 인수에 나서더라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자체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게 SK그룹의 평가다.

      2016년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4조원가량, 부채비율은 36%이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모회사인 SK텔레콤, 더 나아가 그룹 지주사인 SK㈜가 직접 실탄을 지원하거나 외부 차입을 위한 크레딧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룹에 정통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IT 관련 계열사들이 자체 현금과 레버리지를 활용한 외부 차입을 통해 당장 10조원은 모을 수 있다"며 "여기에 미래에셋 등 FI와 국내 금융권의 인수금융을 합치면 20조원 이상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웹캐스트를 통해 SK하이닉스 단독으로 도시바 반도체에 최대 25조원을 투자할 경우 회사의 부채비율은 130%, 차입금 의존도 5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문제이긴 하지만,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꾀한 덕택에 부채비율 측면에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인수 의지와 여력이 확인되면 일본 정부와 도시바의 진성매각 여부만이 남아 있다.

      최근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전체 매각에서 경영권 이상 일부 지분 매각으로 다시 선회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민관펀드'를 조성, 도시바 반도체의 일정 지분를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34% 이상) 확보를 목표로 일본 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의결권 지분을 확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고 국내 고용을 유지하는 등 도시바메모리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목표로 풀이된다. 다행히 이런 구도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최대 26조원까지 거론되는 인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후보군의 참여도 일부 제한되면서 경쟁 구도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