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타이어 매각 방침 결론 못내…원점에서 검토”
입력 2017.03.21 08:03|수정 2017.03.21 09:22
    채권단, 정치권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 문제 제기에 ‘당혹’
    20일 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안건도 못 올려…”검토가 먼저”
    정치권 여론몰이-신인도 하락 우려 사이에서 표류 가능성
    • 정치권의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 문제 제기에 채권단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아직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문제될 소지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채권단에 부의할 계획이었으나 올리지 못했다. 지난 주말 사이 호남 표심을 의식한 유력 대선주자들이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 문제를 일제히 지적하고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SNS를 통해 금호타이어 매각에 특혜나 먹튀가 있어선 안되며 채권단이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재입찰 문제를 거론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관합작펀드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남 기반 국민의당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강수를 뒀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채권단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은 각자 내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동걸 회장 주재로 금호타이어 매각 임원진과 실무진이 모여 매각 현안을 점검하고 정치권 분위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간 정권의 의중에 따라 조직의 틀이 뒤바뀌어온 산업은행으로선 정치권의 입장 표명을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처지다. 높은 값을 받아두었더니 뭇매를 맞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도, 정치권의 ‘국민정서법’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내부 협의를 진행했으나 산업은행으로부터 안건이 오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며 “산업은행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저녁까지 담당자 회의를 이어갔음에도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구성 허용 안건 부의도 나중으로 미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모든 쟁점을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채권단 안건 부의도 시나리오 별로 검토를 거친 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검토를 마치고 안건을 부의하게 되면 매각의 방향타는 다시 채권단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건 부담을 계속 질 수밖에 없다.

      박삼구 회장에 컨소시엄 구성 안을 열어주기 위해선 채권단 75%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채권단 내 의결권 25% 이상을 가진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중국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SPA) 내용을 요구하고 있고, 법적 절차도 밟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으로선 홀로 컨소시엄 구성에 반대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그간을 입장을 뒤엎는 것도 고민스럽다. 우리은행은 굳이 산업은행 앞에 나서 뭇매를 맞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