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누구냐’에서 ‘팔리느냐’로 국면 전환?
입력 2017.03.24 07:00|수정 2017.03.24 07:00
    박삼구 회장 여력 따라 인수자 갈리는 상황서 변화
    박 회장 컨소 구성 요구 및 정치권 개입에 혼전 양상
    컨소 허용도 불허도 쉽지 않은 채권단 ‘진퇴양난’
    소송 및 매각 무산 가능성…”박 회장 노림수” 지적도
    • 금호타이어 매각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이전까지는 중국 더블스타타이어가 새 주인이 되느냐 혹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숙원을 푸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 허용 등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에선 ‘중국 매각 반대 프레임’을 씌우며 매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22일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에 금호타이어 인수 컨소시엄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안건을 채권단에 부의했다.

      안건은 두 가지다. 바로 컨소시엄을 허용하거나, 우선매수권 행사 기간 안에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제출하면 그 때 다시 허용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전자는 자금 마련을 자신해 온 박삼구 회장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후자는 기존 채권단 입장대로 조건을 보고 결정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채권금융기관들은 27일까지 각 안건에 대해 동의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 1월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이번 매각 성사는 눈 앞에 다가온 것으로 보였다. 더블스타는 완벽한 자금증빙을 제출했고,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은 수 차례 인수자금 마련을 자신했다. 금호타이어를 누가 가져가든 채권단으로선 9550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삼구 회장이 이달 들어 채권단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컨소시엄을 불허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이 정한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은 다음달 13일까지다.

      채권단은 처음부터 충분한 설명을 거쳤기 때문에 박삼구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특혜 및 먹튀 가능성, 방위산업의 중요성 등을 거론하며 난처해졌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연일 직간접적으로 중국으로의 매각에 우려를 표하며 채권단을 압박했다. 재벌 개혁 주장과 상충될 여지가 있어 주요 후보들의 압박 수위는 낮아질 수도 있지만 지역 정치권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M&A 업계 관계자는 “전남 국회 협의회 차원에서 향토기업 금호타이어를 중국을 매각하는 것을 확실히 막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중국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거래는 진작에 마무리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잘 받아둔 채권단으로선 매각 막판에 진퇴양난의 늪에 빠졌다. 박삼구 회장 특혜 시비, 더블스타와의 공정성 논란, 신인도 하락 등 우려로 손바닥 뒤집듯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허용하지 않으면 박 회장과의 소송을 불사해야 한다. 부의 안건을 두 가지로 나눈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컨소시엄 허용을 둘러싼 '형평성'에서 '절차상' 문제 제기로 논란이 확장되어가는 양상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을 압박하자고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 초기 회수 카드를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이 법적 분쟁에 돌입하게 된다면 매각 결과는 더욱 점치기 어려워진다. 중국 지방 정부라는 배경이 있다지만 더블스타가 해외 M&A에 제동을 거는 국가 분위기에서 언제까지 인수전에 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양 측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전격적인 공조가 이뤄질 여지도 거의 없다.

      더블스타가 이번에 금호타이어를 인수 한다면 박삼구 회장이 다시 찾아올 길은 요원하다. 되찾는다 쳐도 지금의 경쟁력보다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거래가 무산된다면 박 회장은 자금 및 인수 구조 마련, 우선매수권 범위 결정 등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박 회장은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남겠지만 최대주주는 여전히 채권단이라는 점에선 부담을 나눠지는 모양새가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측에 컨소시엄을 허용한다고 해도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견은 엇갈린다”며 “때문에 지금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는 이번에 반드시 인수한다는 의도보다 거래를 무산시키고 시간을 버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국을 포함한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와 협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이나 개인(박삼구 회장)이나 무리가 가지 않게 거래를 마무리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소송이나 매각 무산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다음에도 이번과 같은 흥행과 가격을 받아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발목을 잡아온 박삼구 회장과의 문제를 확실히 털고 가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