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장기 투자처 아니다"
입력 2017.03.27 10:07|수정 2017.03.27 10:07
    골드만삭스 지주사 언급 보고서에 주가 급등
    펀더멘털 아닌 거버넌스 이슈에 움직여
    투자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매력 없어"
    • 최근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요동쳤다.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를 언급하자 현대차 주가가 하루 만에 수직 상승했지만 3일만에 투자의견을 조정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만 주목할 뿐 정작 현대차의 사업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의 사업구조, 경영시스템을 볼 때 '현대차는 장기적으로 투자처가 아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20일,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명확해졌다(Path to restructuring becoming clearer)'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까지 돌면서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9%이상 상승했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 주가가 치솟자 골드만삭스는 3일만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에 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유례없이 급등했던 주가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며 현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과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차의 펀더멘털이 아닌, 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종목이 목표주가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3일만에 변경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이는 시장에서 현대차의 사업적인 성과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기 보단 거버넌스이슈와 수급적인 측면에서만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지난 주가흐름을 지켜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현대차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되는 시점에도 외국인의 투자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기존 철강업종에 투자하는 형태와 유사하게 회사의 펀더멘탈 및 모멘텀 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을 때만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현대차에 우호적인 조건이 마련됐을 때 현대차 주가는 오히려 좋지 않다"며 "이는 현대차 주주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향후 저조한 실적을 고려해 미리 주식을 팔고 나가는 등 결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꼽는 현대차의 투자매력에는 사업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반영돼 있지 않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주가가 저렴하다는 점과 삼성전자 외에 마땅한 우량주가 없는 한국시장의 대형주라는 점 등이 투자요인으로 거론될 뿐이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요인에 포함되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주목하지 않는 것은 회사가 명확한 사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체된 경영시스템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