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의 안주한 6년…추격 허용한 까닭은
입력 2017.03.31 07:00|수정 2017.04.03 09:19
    [신한-KB 리딩뱅크 경쟁③] 2011년 이후 연평균 총자산성장률 6.9%
    KB 10.26%, 하나 14.82%…전임 회장 시절보다도 낮아
    수성 성공했지만..."1위 지위에 파묻혀 간절함 부족했다"
    •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신한금융그룹의 '압도적 리딩뱅크' 지위가 흔들린 이유는 지난 6년 동안의 '안주'에서 찾을 수 있다. 리스크와 수익성은 '역시 신한'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꼼꼼히 관리했지만, 생존을 위한 미래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 사태 이후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고 재무를 안정화시켰다. 다만 그의 온화한 리더십이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금융시장 경쟁 환경엔 어울리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의 총자산(신탁·운용자산 포함)은 지난해 490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6년 총자산이 220조원이었던걸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한 전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총자산성장률을 따지면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이 기간 신한금융의 연평균 총자산성장률은 6.9%에 그쳤다. 경쟁사인 KB금융그룹은 같은 기간 10.26%, 하나금융그룹은 14.8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그룹의 특성상 총자산은 그룹의 덩치와 위상은 물론, 수익과도 직결된다. 총자산성장률이 경쟁사 대비 낮았다는 건 그만큼 신한금융이 지난 6년간 다른 그룹보다 더디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전임 라응찬 회장 시절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신한금융그룹의 연평균 총자산성장률은 11.33%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2008년만 따지면 22.29%에 달했다. 이 시기의 신한금융은 성장성도 수익성도 명실상부 1위였다.

      물론 지금도 신한금융은 여러 지표에서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가총액,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총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수익률(ROE) 모두 업계 1위다.

      다만 이는 이뤄냈다기보단 그간의 지위를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다시 KB금융에 1위를 내줬다. 현대증권 인수로 자산을 부쩍 늘린 KB금융은 신한금융과의 총자산 격차를 100조원으로 늘렸다.

    • '간절함'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은 다소 느슨한 경쟁을 벌여온 것 같다"며 "1위라는 지위와 은행의 성장, 증권의 반짝 실적에 파묻혀 미래 대비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 안정성과 조직 추스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인사실패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순혈주의·은행중심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신한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도 지속적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게 했다는 평가다. 이는 저성장을 불러왔고, 앞으로도 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 6년간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재무 안정성 역시 다소 의문이 남는 부분이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3.1%로 3대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25.3%로 가이드라인(130%)을 고려하면 계열사 추가 출자가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신한금융은 올해 총 6876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반면 지난 6년간 KB금융그룹은 비금융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잇따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방만하다는 평가를 받던 은행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나금융은 다른 두 금융그룹 대비 뒤쳐지는 자산규모와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전력을 다했다. 통합이 완료된 지난해 말 하나금융그룹 총자산은 신한금융그룹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 사이 신한금융은 이렇다할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투자가 지난해 자회사 신한금융투자에 출자한 5000억원 정도다.

    • 물론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시아가 아무리 성장성이 좋은 시장이라지만, 외국계 금융회사로서의 한계는 있다. 신한금융의 20개국 165개 네트워크가 보유한 총자산은 216억달러로 24조원 정도 수준이다. 1992년부터 투자해 이제 꽃을 피운 은행 베트남법인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400억원 안팎, 소매금융 대출 잔액은 2300억원 안팎이다.

      결국 신한금융은 '동남아시아 진출'·'아시아 리딩뱅크' 라는 새 테마를 제시하며 국내 리딩뱅크 수성에도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경쟁자의 추격을 허용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6년간 그룹을 이끈 한 전 회장을 전례를 깨고 '고문'으로 임명해 사내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