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에 드리운 '한동우 회장' 그늘...조용병號 순항할까
입력 2017.04.06 07:00|수정 2017.04.07 09:48
    신한금융·은행 이사회, 지난 3년간 반대 '제로'
    이사회에 '친 한동우' 인사 다수…'사실상 거수기' 지적도
    조용병 신임 회장, 자신만의 경영능력 보여야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신임 회장이 전임 한동우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한사태 이후 한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꾸려진 까닭이다.

      여기에 더해 한 전 회장이 전례없는 '고문직'으로 사내에 잔류한 것을 두고 '수렴청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지난 3년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이사회 의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이 기간 이사회에 의결 과정에서 단 한 건의 반대도 없었다. 논의를 거쳐 수정안을 의결한 것도 2번 뿐으로 경쟁사에 비해 적었다.

      이에 반해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이사회에서 반대나 보류 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심심찮게 있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경우 KB사태로 사외이사진이 물갈이된 후 좀 더 반대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는 양상을 띄었다.

      '사전 논의를 거쳐 이견이 있을 만한 소지를 최대한 줄였다'는 해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이 12명으로 구성한 이사회에서 3년간 한 차례도 반대 의견이 없었다는 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한 전 회장등 경영진의 의사에 찬성 표시를 하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지주 및 은행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꼽는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이사회는 2011년초 신한사태 이후 일신(一新)되며 면면이 크게 바뀌었다. 이후 6년간 한 전 회장과 밀접하거나 우호적인 인물이 영입되며 '친 한동우' 색채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선태 신한은행 이사회 의장이다. 황 의장은 지난 2011년 신한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사임했고, 2015년 신한은행 사외이사로 돌아와 의장을 맡고 있다. 황 의장은 한 전 회장과 부산고-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다. 개인적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남궁훈 전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도 대표적인 한 전 회장측 인물이다. 한 전 회장은 지난해 5년 임기를 채운 남궁훈 전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편법까지 써서 임기를 연장시키기도 했다.

      남궁훈 전 의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장이던 2016년 연임을 추천한 인물이 이상경, 이만우 사외이사다. 이만우 사외이사는 현 이사회 의장인 박철 사외이사를 2015년 신규 추천했다. 박철 의장은 한 전 회장과 동문이다.

      박철 의장은 2016년 이성량 사외이사를 신규 추천했다. 이성량 사외이사는 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이다. 이성량 위원장은 올해 이상경·이만우·박철 사외이사의 연임을 추천했다. 올해 새로 사외이사진에 합류한 박안순 사외이사는 한 전 회장이 직접 추천했다. 주재성 사외이사는 이만우 사외이사가 추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자회사 형식인 신한BNP파리바운용을 제외하면 한 전 회장의 의중대로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가 꾸려졌다는 시각이 많다"며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이사회에서 쓴소리가 나올 수 없는 분위기로 안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주주 몫의 신임 사외이사를 한 전 회장이 추천한 점도 좋지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경영진과 밀접한 일부 주요 재일교포 주주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구조를 지양하고, 재일교포 주주단 내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외이사를 선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사외이사의 연임 및 신규선임을 결정한다. 사외이사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의 사외이사 진용을 꾸린 한 전 회장이 회사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부담은 고스란히 조용병 회장의 몫이 됐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안으로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의 불화설을 딛고 조직을 끌어가야 하고, 밖으로는 KB금융의 거센 도전에 맞서야 한다. 지난 6년간 KB금융의 추격을 허용한 한 전 회장의 '노하우'가 조 회장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회장이 영향력을 온전히 가진 채 사내에 남는다는 건 금융그룹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라며 "35년 신한금융에 봉직한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명분이지만, 외부에서는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