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아람코 IPO…한국 자본시장에 불어닥칠 모래바람
입력 2017.04.13 07:00|수정 2017.04.14 09:15
    시가총액만 2조~3조달러…지분 5% 매각시 1000억달러 모집 기대
    사우디 ‘비전 2030’으로 비석유 투자 확대
    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주택·플랜트 기업 메리트
    • 국내 자본시장에서 '아람코'(Aramco)에 대한 관심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내년에 상장을 예고했는데, 시가총액만 2조~3조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아람코가 상장으로 유입되는 120조원으로 기업 쇼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물로 나와있는 국내 기업들이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우디는 살만 국왕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의 주도 아래 탈석유시대의 밑그림인 ‘비전 2030’을 그리고 있다.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정부 경제개혁안의 핵심 정책이다. 민영화를 통해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을 능가하는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아람코의 나머지 지분은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들어간다.

      사우디는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석유부문 투자는 주택·화학·인프라·제조 시설에 집중된다. 비전 2030과 국가개조프로그램에 따라 주택(총 150만호, 17개 신도시)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IPO를 성공시키기 위해 ‘세금 감면’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살만 국왕은 아람코의 소득세를 현행 85%에서 50%로 35%포인트 줄이라는 칙령을 내렸다. 세금 감면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해 지분 매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샌퍼드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세금 감면으로 아람코의 당기순이익은 300% 상승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기업가치가 1조∼1조5000억달러 높아지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관심은 아람코의 1000억달러가 어디로 흘러갈지, 그것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지로 쏠리고 있다. 아람코가 비석유투자 확대와 각종 사업의 내재화를 꾀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쇼핑에 나설 공산이 커졌는데 국내 기업들이 주요 타깃으로 꼽힐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아람코의 최대주주가 될 PIF가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PIF는 해외 투자를 현재의 5%에서 2020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자산이 50억달러인 이 펀드는 사우디의 석유화학사 사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조2000억원을 들여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 기업에 국한된 얘기라면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국내 대형건설사와 플랜트 전문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아람코는 현재 대우건설의 유력 인수 후보자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역시 국내 대기업보다 자금력을 갖춘 아람코의 인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사우디의 국부펀드 실무진들이 대우건설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사우디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신도시 10만가구 주택설계와 시공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대우건설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잠재적 부실로 지목되는 미청구 공사대금 등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대우건설의 비대한 몸집이나 한국 기업의 노조 문화 역시 아람코 같은 해외 투자자에는 매력적이지 않다. 플랜트사업을 하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의 주택건설 부문이나 삼성중공업 및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사업 등 삼성그룹 건설 관련 계열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다지만, 삼성그룹의 비주력사업 영위 의지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설부문과 조선업, 플랜트사업은 비주력으로 분류돼 있다. 시장에선 끊임없이 비주력사들에 대한 매각설과 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옥 헐값 매각 논란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설, 신용등급 강등 등 내우외환이 잇따른 포스코건설도 언급된다. 포스코건설은 실제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후 PIF에 지분을 매각했고, 이후 사우디에서 몇몇 공사 수주를 맡았다. 비주력사업에 대한 포스코그룹의 의중이 중요하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비주력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서 포스코건설을 직접 언급하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유화학 플랜트 업계도 관심을 받는다. 중동은 이미 비석유부문 중 플라스틱 산업 육성을 위해 정유와 연계한 석유화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가 200억달러를 투자해서 사다라(SADARA) 케미칼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올해 중순 이후 완전 가동된다. 또 아람코 IPO 이후 사우디는 얀부에 플랜트에 약 3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직접적인 인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기업들과 조인트벤처 형식의 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

      아람코의 상장 유입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들어온다 가정하더라도 바람이 세차게 불 수도 있고,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아람코 IPO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IB시장이 활기를 잃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동시에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호황기가 얼마 남지 않아 관련 매물들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