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배당'으로 짠 에쿼티스토리…해외에 먹혔다
입력 2017.04.14 07:00|수정 2017.04.14 07:00
    시가배당률 밴드 기준 6% 안팎
    낮은 RBC비율 하락폭도 투자자에 어필
    넷마블 '낙수효과' 노려 전략적 일정 배치
    • ING생명이 배당주로서의 매력과 재무 안정성을 강조한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상장 청사진)으로 기업설명회(IR)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ING생명은 지난 6일 국내외 IR 절차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 공모를 진행하는 넷마블게임즈보다 IR 기간이 5일 더 길다. 투자자 설득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준비한 건 IFRS17 도입과 재무 관련 규제 강화라는 약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결과는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순조롭다. 11일 기준 기관에 배정된 6000억원 안팎의 물량에 대한 청약이 이미 초과됐다. IR 시작 일주일만에 '오버부킹'이 이뤄지며 ING생명과 주관사단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투자자를 설득한 핵심 논리는 배당이다.

      ING생명은 2014사업연도에 1005억원, 2015사업연도에 1825억원의 배당금을 최대주주인 라이프유한회사(MBK파트너스)에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50%를 넘는다. 지난 사업연도 전체 배당액은 1670억원이다. 주당 배당액은 2220원으로 공모희망가 밴드 대비 예상 시가배당률은 6% 안팎으로 계산된다.

      같은 시기 삼성생명의 시가배당률은 1.1%, 한화생명은 1.2%였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특히 올해 IFRS17 대비를 위해 배당성향을 크게 줄였다. 전체 상장 금융사들의 2016년 평균 시가배당률도 2.3% 수준으로 집계된다.

      상장 공모 후에도 ING생명의 경영권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가지고 있게 된다. PEF가 대주주인 회사는 특성상 배당성향이 높게 나타난다.

      지난 연말 국내 생명보험사 중 지급여력(RBC)비율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는 점도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연말엔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등 규제 강화로 인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대폭 떨어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나란히 80%포인트 이상의 낙폭을 보였고,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역시 RBC비율이 최대 70%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ING생명의 비율 감소는 319.2%에서 291.7%로 불과 27.5%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ING생명의 경우 자산듀레이션이 부채듀레이션보다 길어 RBC 규제 강화에도 조정폭이 크지 않았단 것"이라며 "RBC비율에 여유가 있으면 향후 자산운용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IR 과정에서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이슈는 생명보험사 상장 공모에서 '손해본 기억'밖에 없는 국내 기관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해외 기관들의 반응이 국내 기관들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ING생명 입장에선 해외 IR에 공을 더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ING생명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21일 마무리된다. 일반 공모 청약은 넷마블 청약 직후인 27~28일로 예정돼있다. 이는 공모 흥행을 위한 전략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공모 청약 후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고 환불되는 자금은 증시 유동성으로 남아 다른 공모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넷마블은 최소한 수 조원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최대 '거물' 거래다.

      낙수효과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삼성생명과 만도의 상장이다. 당시 20조원이 몰린 삼성생명 공모 직후 청약을 진행한 만도에 6조2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주관사도 예상 못한 깜짝 공모 흥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