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3社, 中사드 장벽 피해 美·유럽으로…"아직 예열 중"
입력 2017.04.14 07:00|수정 2017.04.14 07:00
    글로벌 시장 전기차 출시 본격화
    '사드 후폭풍' 국내 업계에 돌파구
    LG·삼성·SK, 시장 확보 힘 쏟아
    재료값 폭등·단가 인하 압박 '숙제'
    •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어느덧 해를 넘겼다. 중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관련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은 LG·삼성·SK 3사의 대응 전략에 쏠리고 있다.

      때맞춰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개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심엔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전통적인 완성차 강자인 포드와 GM을 추월했다. 테슬라가 미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한 셈이다. 패러다임 전환에 폴크스바겐, 아우디, GM, 르노 등 전통적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전기차 양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3사도 미국과 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을 늘리며 시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 중국 미련 버리고 미국·유럽으로…원재료 가격 상승·단가인하 요구는 과제 

      미국·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수출 추이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 1~2월 국내 업체들의 중국향 전기차 배터리 수출량은 지난해 대비 42% 감소(2686t)한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량은 4배 가까이 늘었고(3180t), 독일 수출량은 2배 증가했다. 국가별 수출비중도 중국 비중은 45%에서 18%로 줄었고, 미국과 독일이 각각 7%, 14%에서 22%, 21%로 늘었다.

      미국 및 유럽 시장의 중요도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 10개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약 840만대로 중국(500만대)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시장도 같은 기간 300만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수 원자재 가격의 상승, 완성차 업체들의 단가 인하 압력 등 직면한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의 증설 경쟁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리튬, 코발트, 인조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로 투입되는 원료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배터리사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원료 공급처는 칠레, 중국,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원료 수출을 통제하고 있고, 시세 차익을 노린 일부 글로벌 헤지펀드까지 가세해 원료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1년 단위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는 불가능한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 리튬을 킬로그램(kg) 당 8달러에 수준에 계약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시장 가격이 상승하며 12~16달러 수준에 재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재료 가격만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제품 가격과 손익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객인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압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5년 GM이 LG화학에 시장가격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인 1킬로와트(kW)당 145달러에 계약하면서 업계에선 ‘지나친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은 2020년부터 9년간 약 640만대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MEB’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삼성SDI에 1kW당 93달러 수준의 공급가를 제안하며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화학담당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배터리 소재 가격 폭등 현상을 보면 전기차 산업도 태양광 산업의 지난 10년간 행보를 똑같이 걷고 있다”며 “태양광 산업이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업체와 최종 고객인 발전소 운영사만 수익을 얻고 중간 모듈 업체들이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처럼, 배터리 사업도 똑같은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수익'과 '점유율' 고민 빠진 LG…내부 수습 삼성, 방향성 모호 SK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산업 전망 속에서 국내 3사의 대응 전략도 점차 갈리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수주량 및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앞선 곳은 LG화학이다. GM의 차세대 전기차 ‘볼트(Bolt)’로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투자 확장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 사업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을 전체 매출의 약 12~13% 수준, 특히 자동차 전지 부문에 연간 1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수익성’과 ‘시장 선점’이라는 기로에서 선택을 내려야 할 시기를 맞았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부문에서 흑자 전환을 시장에 약속했지만, 공격적인 수주가 이어질 경우 적자 기조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황을 맞은 석유화학 부문에 비해 배터리 부문의 적자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했다. 앞서 가격 인하를 요구한 폴크스바겐의 사례처럼 완성차와의 가격 협상에서 어느 정도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의 엔진을 전기차 부품이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배터리팩 가격이 102달러 수준까지 하락해야 한다”라며 “LG화학은 일정 가격을 유지하면서 조기 수익 창출을 원하고 있지만, 배터리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경우 전기차 시장 확장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도 약 4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 공장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 고객인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출신 전영현 사장이 새로 부임했고, 5년간 2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소형 전지의 폭발 사건을 겪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유출 등 부정적 기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부임한 신임 사장과 부사장이 배터리 소손 문제로 인한 사기 저하, 반도체 중심 사고방식을 지닌 임원진과 SDI 내부 인력과의 갈등 등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다만 그룹내에서 삼성SDI 역할에 대한 내부 불신이 있다보니 ‘이번이 그룹에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도 연초 충남 서산공장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연 1.9GWh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9GWh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방향성과 구체적 전략 측면에서 여전히 깜깜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본격적인 중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드 정국 및 중국의 견제로 백지화했다. 당분간 틈새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하며 시장 진입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회사는 세계 3위권 업체로 추격하겠다고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 투자 방향이 없다보니 구호에 그치고 있다"라며 "SK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비주력 자산'으로 매각설(設)이 도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