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웨이퍼 공급부족 '고심'…LG실트론 지분 인수 나설까
입력 2017.04.18 07:00|수정 2017.04.19 10:09
    반도체 공정 사용 300mm 웨이퍼 공급부족 지속
    삼성전자, 안정적 수급 위해 LG실트론 지분투자도 '검토'
    • 삼성전자가 반도체용 웨이퍼(실리콘가판; Wafer)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웨이퍼 제조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용 웨이퍼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길게는 수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업체는 LG실트론이다.

      LG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실리콘을 원료로 만드는 웨이퍼는 납작하고 둥근 원판모양으로 주로 D램과 플래시메모리, LCD드라이버 등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사용된다. LG실트론의 매출비중은 삼성전자가 약 30%로 가장 높고 SK하이닉스가 15%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00mm 웨이퍼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14%로 4위권이다.

      현재 보고펀드(우리·KEB하나은행)와 KTB PE(NH농협은행)는 LG실트론의 지분 총 49%의 매각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영권(51%)을 확보한 SK그룹도 추가지분 인수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도 일부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과 삼성전자 모두 안정적인 웨이퍼 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LG실트론을 비롯해 일본의 신에츠(Shin Etsu)화학, 섬코(Sumco)와 미국의 선에이슨(Sun edison) 독일의 실트로닉(Siltronic) 등에서 유사한 비율로 웨이퍼를 공급받고 있다. 웨이퍼 공급업체 5곳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90% 가량이다.

      현재까진 삼성전자의 웨이퍼 수급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반도체와 300mm 웨이퍼의 공급물량이 수요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업체는 한정돼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공장증설에 나서고 있어 웨이퍼 공급부족현상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신에츠와 섬코를 비롯한 글로벌 웨이퍼 제조업체들은 웨이퍼의 공급가격을 약 10~20% 인상했다. 300mm웨이퍼의 원가는 인치당 약 3달러로 장당 최대 400달러 수준이다. 거래가격은 공급물량과 납품 받는 업체에 따라 상이하다. 300mm 웨이퍼를 공정에 사용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미국의 마이크론(Micron), SK하이닉스, 도시바(Toshiba),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순이다.

      주요 해외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300mm 웨이퍼의 가격이 10~20%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웨이퍼 가격 호황에 힘입어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섬코의 주가는 지난해 5월 500엔대에서 현재 2000엔까지 치솟은 상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향후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웨이퍼 업체의 지분인수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다. LG실트론의 지분이 시장에 등장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웨이퍼의 공급부족 현상이 향후 수년간은 꾸준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며 "웨이퍼의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LG실트론 지분과 같은 웨이퍼업체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등 다각도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