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KB금융, 손보 완전자회사화 2개월만에 뚝딱
입력 2017.04.20 07:00|수정 2017.04.20 07:00
    2월만 해도 빨리 하자는 방향성만 있었으나 조기에 결론
    KB증권 학습효과로 주식교환 예상됐지만 공개매수 선택
    KB금융 및 자회사 주주 등 이해관계자 납득할 결정 내려
    의사결정 효율성·윤 회장 지배력·내부화합 등 높은 평가
    • KB금융지주의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자회사화 추진은 예견된 수순이었으나 그 시점은 시장의 예상보다 일렀다. 완전자회사화의 부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효율성이 좋아진 KB금융의 의사결정 구조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4일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자회사 방안을 내놓았다.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은 두 회사의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추진하되 이에 응하지 않은 주주는 KB금융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KB금융의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100% 자회사화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각각 지분율이 39.81%, 52.02%에 그쳐 회사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최우선 과제였던 KB증권의 100% 자회사화를 완료한 터라 언제 다음 과제 해결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졌다.

      다만 그 시기가 이를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2016년 실적 보고 기업설명회(IR)에서도 IFRS17 도입이나 6월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화 등을 위험 요소로 꼽았기 때문에 일러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다.

      KB금융은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라면 시간을 더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시간을 더 끌지 말자는 공감대 정도만 있었으나 불과 2개월만에 수행 전략까지 도출해 냈다. 경영진과 실무진, 이사회가 합심한 결과란 분석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였던 과거의 KB금융에서라면 생각하기 어려웠다.

      증권사 연구원은 “비대한 은행 조직은 의사결정이 늦어 결실을 거두지 못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지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특히 KB금융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으나 이번 자회사화 추진 과정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이 수긍할 전략을 내놓으면서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내부 화합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증권 100% 자회사화를 경험한 터라 손해보험과 캐피탈 자회사화는 더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증권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할 때는 KB금융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주가가 낮다고 판단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썼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만큼의 가파른 주가 상승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수를 원하는 소액주주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매수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어찌 보면 간단한 결론이지만 KB금융은 과거 증권사 주주와 KB금융 주주, 손해보험 및 캐피탈 주주 등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숱한 고민을 했고 공개매수 카드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과 캐피탈이 100% 자회사가 되면 그만큼 반영되는 이익 규모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약 3000억원, 약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2.84%, 14.30%로 KB금융의 5.99%보다 높다. 완전자회사화로 KB금융의 ROE는 더 올라가고, 이는 시장평가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1위 각축을 벌이는 KB금융에 또 하나의 호재가 더해지는 셈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윤 회장은 의지만 있다면 손해보험과 증권 인수 업적만으로도 무난히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손해보험과 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거둔 시너지효과가 임기(11월) 만료 전에 나타나면 윤 회장의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회사화 과정에서 윤 회장의 안정적인 지배력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KB금융의 다음 과제는 경쟁사 대비 취약한 생명보험 강화가 꼽힌다. 과거 ING생명 인수전 실패를 아쉬워했던 KB금융은 올해 해외진출과 생명보험업 강화를 주요 목표로 잡고 있다. 손해보험과 캐피탈의 100% 자회사화에 자사주 활용을 최소화 한 만큼 추가적인 사업확장에 나설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