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피하는 국내 IB업계
입력 2017.04.26 07:00|수정 2017.04.26 10:49
    [취재노트] 여전한 갑(甲) 행태에 IB업계 '악명'
    "낮은 수수료에 빡빡한 일정" 기피대상 1호
    • 국내 1위 철강기업 포스코는 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힌다. 상하관계가 명확한 포스코의 조직문화가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거래를 함께 진행하는 시장 관계자들에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임을 받아 거래를 진행하는, 속칭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IB업계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래에 참여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다. 포스코 관계자의 과도한 업무지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들은 이미 금융시장에서 악명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은 최근 포스코와 인수합병(M&A)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인력 차출에 애를 먹었다. 소위 맷집이 가장 좋다는 회계사들을 TF에 참여시켰지만 머지않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기존 딜(Deal)을 진행한 TF에서도 절반 이상은 못 견디고 교체되는 현상은 빈번하다고 한다. 차라리 감사법인이면 M&A를 비롯한 거래를 함께 진행할 일이 없기 때문에 더 낫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포스코 관계자가) 돈을 이렇게나 주는데 일을 이것밖에 못하냐고 반말로 인식공격을 하는 언행은 일상적이고, 빡빡한 일정과 과도한 업무 요구 등 갑(甲)질이 너무 심해 회계사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힌다"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보단 컨설팅 부문에서 굉장히 일을 많이 시키고 빡빡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죽하면 포스코는 '컨설팅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버티지 못하는 인력이 많다"고 전했다.

      수수료는 짜게 주면서 업무는 과하게 시킨다는 불만도 있다. 회계법인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 A로펌 관계자는 "포스코는 단가(거래수수료)를 지나치게 깎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공공기관이었을 때야 그 특성상 낮은 수수료를 감수할 수 있었지만 민영화가 됐는데도 이러니 시장에서 반길만한 고객이 아니다"라고 했다.

      포스코의 상하관계가 명확한 조직문화가 거래 상대방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의 명령조 말투, 빡빡한 일정 등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법무팀이 유독 까다롭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며 "다른 기업들은 거래를 진행하면서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포스코는 기업 문화 특성상 조금이라도 책임이 전가되는 걸 기피하려는 경향이 지나치다"라고 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 또한 "마치 공공기관과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여전히 많이 받는다"며 "명령조로 일을 시키면서 책임은 강하게 물어 마치 회사 상사와 일하는 느낌이 짙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전 직원들에게 ‘갑질’을 근절해줄 것을 당부했다. 권오준 회장은 "갑 의식은 기업의 이미지 손상과 고객의 불신으로 인한 악영향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으로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도 유발한다"며 "전 직원이 갑 의식을 완전히 버리고 신뢰와 존중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이후로 포스코가 자본시장에서도 얼마나 '갑질'을 줄였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기업과 자본시장은 끊임없이 소통한다. M&A를 비롯한 수많은 거래로 성장한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한숨 돌렸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어려움에 부닥칠지 모른다. 그 때 시장 참여자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기대한다면 지금의 소통 능력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