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없다"…삼성전자 웃고, 전자만 믿던 삼성물산 울상
입력 2017.04.27 12:54|수정 2017.04.27 12:54
    "지주사 전환경쟁력 제고 도움 안돼"…검토 6개월 만에 포기
    대규모 주주환원책으로 투자자 불만 '상쇄'
    삼성전자 장중 최고가 갱신
    지주사 전환 이슈 중심 섰던 삼성물산·계열사 주가 급락
    •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면서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이를 기대했던 계열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및 배당을 비롯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기업가치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물산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말부터 검토해 온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지주사 전환 검토에는 정무적인 판단을 비롯해 재무·법률·세제·회계 등의 검토를 위해 약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는 당초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16곳의 계열사 지분정리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상법개정안 등 지주사 전환에 불리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추진을 결정했을 경우 법안 개정이 가속화돼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현재 구속수사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내용이 전해졌고 이견을 나타내진 않았다. 회사는 향후에도 지주사 전환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와 더불어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발표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13.3%(우선주 15.9%)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내년까지 2회에 걸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시가로 40조원 규모다. 1분기엔 보유주식 1주당 7000원씩 배당하기로 결정했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을 발표했다.

      지주사 전환은 포기했지만, 일단 주주달래기엔 성공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투자자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상쇄한 것 같다"며 "지주사 전환 이후 홀딩스에 지분 및 성과를 몰아줘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실적에 집중한다는 목표는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기대했던 삼성물산과 관련 계열사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6% 이상 하락했고, 삼성SDS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이날 장중 220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갱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 시나리오까지 제기되며 지주사 전환에 따른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도 기대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올 1분기 반짝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기업가치를 제고할만한 성장성을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이렇다 할 시너지는 나지 않았지만, 오너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이 높다는 점과 삼성물산을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성과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주목 받아 왔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주식시장 및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둔 반면, 삼성물산은 이번 삼성전자의 발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배구조 이슈로 부각돼 온 기업인만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