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보여준 국내 게임사의 '아쉬운 위상'
입력 2017.05.04 07:00|수정 2017.05.09 21:24
    수요예측까진 역대 IPO 기록 모두 갈아치울 채비
    일반청약 가보니 '예상보단 평범'
    주력 투자층인 장·노년층, 게임에 대한 이해 낮아
    • "수요예측 분위기만 보면 역대 최다 기록을 모두 갈아치워도 모자랄 판이었죠.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국내에서 게임회사에 대한 인식이 그정도 인걸요." (넷마블게임즈 인수단 관계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넷마블의 '파죽지세'는 대단했다. 지난 3년간 평균 1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국내 1위 회사 앞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열광했다.

      이전의 'IPO 타이틀 홀더'인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모든 기록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수요예측까진 실제로 그랬다. 넷마블 수요예측엔 1049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제일모직은 849곳이었다. 확정공모가 기준 수요예측 신청액은 512조원에 달했다. 제일모직은 425조원이었다.

      막상 청약일이 되자 '초대형 IPO'에서 흔히 보이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제일모직 상장땐 머리가 희끗한 노년 투자자들이 쌈짓돈을 들고 증권사 지점에 줄을 섰다. 국민주 공모 였던 KT&G 때나 삼성생명 상장 때에도 그랬다. 넷마블 청약땐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과는 청약증거금 차이로 나타났다. 넷마블이 끌어들인 시중 자금은 총 7조7650억원으로, 제일모직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역대 6위 기록이다.

      이는 국내 게임회사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일반청약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투자자 평균 나이(2015년 기준)는 55세에 이른다.

      이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우호도가 낮은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50대 게임이용률은 48.3%로 30대(90.7%)의 절반 수준이며, 60대는 이보다도 낮은 26.4%다. 취학 자녀가 있는 학부모의 54%가 게임이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렇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 주력 개인투자자 계층인 장·노년층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겠고 손도 안가는 산업'이라고 인식한다"며 "'삼성'이라면 '묻지마 투자'도 강행하는 것과는 정 반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역대 IPO 청약증거금 1~3위는 모두 삼성 계열사 공모다. 상위 10위 중 삼성계열사가 5곳이나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주력 투자층에 '성장성도 있는 초우량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상장이 이런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넷마블은 이르면 오는 6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13조3000억원으로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코스피 20위권에 포진하는 까닭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 지수에 게임회사가 처음으로 진입하는 셈이다. 패시브 투자의 대상이 될 뿐더러, 우량주를 선호하는 장·노년층이 회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합산 시가총액은 22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1400조원)의 2%를 차지하게 된다. 게임주에 투자하는 별도의 상품을 개발하기에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