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잔여지분 매각, 연내 블록세일이 현실적
입력 2017.05.08 07:00|수정 2017.05.09 21:24
    주가 공적자금 원금 회수 마지노선 넘으며 매각설 솔솔
    현 경영체제 흔들 과점주주 방식 매각보다 블록세일 유력
    정부, 지주 인가자면서 매각자…'이해상충' 문제 불거질수도
    지주 전환시 '매각제한'도 문제…그 전 일부 지분 매각이 유리
    • 우리은행 주가 상승으로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 가능성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으나 선택지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의 과점주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과점주주 방식 매각은 다시 꺼내기 쉽지 않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시기를 감안하면 그에 앞서 지분을 줄일 필요성도 있다.

      결국 올해 중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율을 낮춰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월 과점주주체제 우리은행 민영화를 완료하며 공적자금 회수율을 83.4%까지 끌어올렸다. 잔여 지분은 21.37%다. 2조2000억원가량 남은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해선 주당 1만4200원~1만4400원을 받아야 한다.

    • 올해 1만2600원으로 시작한 우리은행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다 최근엔 1만5000원 선을 뚫기도 했다. 주가가 원금 회수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정부가 잔여지분 매각에 나설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4월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해외 기업설명회(IR)까지 겹치며 매각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와 거래관계자들은 아직 그 매각 여부나 방식, 시기,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주가는 최근 급등했기 때문에 그 추이를 살펴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면도 있다. 결정권이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3월 한 차례 간담회를 가졌을 뿐이다.

      경영권과 무관한 지분인 만큼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앞선 민영화처럼 몇몇 투자자에 일정 규모 이상씩을 매각하는 과점주주 방식과 할인율을 적용해 조금씩 내다파는 블록세일 정도다.

      그러나 과점주주방식 매각은 지금 경영권을 쥐고 있는 과점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쉽게 추진하기 어렵다. 새 투자자들은 할인율 없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지만 정부가 그들에게 줄 사외이사 추천권 등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 현재 과점주주들을 위협할 수준의 지분을 가진 과점주주군을 새로 만들 상황도 아니다.

      때문에 블록세일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나 우리은행에 가장 부담을 적게 주는 방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듯 우리은행의 영업체력이 개선됐고 주가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높아지면 할인율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블록세일을 선택하더라도 추진할 수 있는 시기엔 제한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 움직임이다.

      이광구 행장은 수 차례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자문사단을 꾸려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 중 지주사 전환 신청을 한다면 내년 상반기 중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의 인가권자이면서도 잔여지분을 팔아야 하는 주주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자 정보를 쥔 상황에서 매각에 나선다면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은 장기적으론 긍정적 요소이나 다른 금융지주사 전환 과정에선 주가 하락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선 사실상 매각에 나설 방도가 없는 셈이다.

      지주사 전환 후 보호예수(Lock-up)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인적분할 후 지주가 상장사가 되고 우리은행이 포괄적주식교환 등을 통해 100%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할재상장 시 재상장신청인의 최대주주 등은 상장일부터 6개월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지주사 신청부터 보호예수 기간 만료까지 감안하면 정부는 앞으로 몇 년간 발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면 올해가 블록세일을 추진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로 볼 수 있다. 잔여지분 시장 가치가 2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시장 상황과 수요를 살펴 소규모로 몇 차례에 나눠서 매각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좋을 때 덩치를 줄여두면 지주사 전환 후 회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공자위 관계자는 “아직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기존 과점주주 경영권 보장,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이슈와 시장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하면 연내 일부 지분을 블록세일 방식으로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5월 중 한 두 차례 간담회를 열어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