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불구…채권시장 못나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입력 2017.05.08 07:00|수정 2017.05.09 21:25
    창립이래 첫 흑자기록에 "사업적 성과 예단 일러" 평가
    "신용등급 AA기대했지만 A급도 단정 어려워" 의견도
    금감원 감리·불확실한 그룹지원 등 투자자 반응 '글쎄'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자본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위해 자금조달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리와 확실한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해 투자자들 반응은 시원치 않다. 그룹 차원의 프리미엄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황도 직접금융시장에 나서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는 최소 AA급의 신용등급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모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부여받은 신용등급은 A+였다. AA급은 현재 동종업계 한미약품(A+)을 넘어서 모회사인 삼성물산과 동일한 등급이다.

      현재 상황을 비춰보면 회사가 기대하는 등급을 받는 무리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소 AA급의 신용등급을 받을 것을 원하고 있지만 최근에 불거진 감리 이슈와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탓에 사실상 A급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모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그룹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구주매출을 제외하고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 한 바 있다.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11월 착공해 내년 신설계획인 제 3공장에 대한 설비투자(7400억원), 기존 1·2 공장에 대한 보완투자(400억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사용한다. 나머지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700억원과 1338억원 규모의 은행권(산업·수출입·호주뉴질랜드·미즈호) 장기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 회사는 나머지 차입금에 대해선 영업자금과 차환발행을 통해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재 4~5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의 새로운 '빅 이슈어'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룹지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회사는 기존 주요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로부터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자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지속적인 실적압박을 받고 있고 미래전략실 해체와 더불어 그룹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된 탓에 대규모 그룹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영업실적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엔 매출액 1076억원과 영업이익 34억원으로 창립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소폭의 매출증가와 판매관리비(판관비) 지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영업적 성과를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첫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를 사업적인 성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성과가 가시화하기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탓에 비전과 전망만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순상환 행보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금융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엔 삼성SDI가 2000억원 회사채를 순상환했고, 올해 1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삼성물산은 7000억원 이상을 현금상환 후 3000억원의 회사채 잔액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또한 올해 각각 2000억원과 1000억원의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며 삼성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저하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그룹차원의 지원가능성이 존재했던 예년과 달리, 현재로선 사업적 성과가 더 냉정하게 부각된다는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란 프리미엄은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다소 낮은 금리와 자금조달이 가능한 것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예년에 비해 투자자들이 이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모양새다"며 "그룹 계열사들이 자금소요를 최대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