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다시 매겨야 하나’…자본확충으로 드러난 보험사 '민낯'
입력 2017.05.11 07:00|수정 2017.05.11 07:00
    보험사들 증자-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으로 자본확충 ‘총력’
    신뢰도에 따라 방식 달라져
    외형에 기반한 업계 순위 더 이상 무의미
    • 보험사가 선택하는 자본 확충 방식이 해당 회사의 위상과 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새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자산규모 보다는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나 재무안정성·자본적정성이 높은 보험사들일수록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보험사 순위도 외형에 치우친 자산규모 보다는 내실에 기반해 따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기업에 자본여력이 있는 보험사들은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의 경우 중국 안방보험이 5000억원 증자에 참여하면서 자본확충을 했다. 이후 ‘먹튀’가 의심된다는 중국 안방보험에 대한 의구심도 사그라 들었다. KDB생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산업은행이 증자참여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사정이 낫다.

      시장 조달이 가능한 보험사는 그래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빅3 보험사 중에 한 곳인 한화생명은 이달 5000억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 조건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빅3 보험사라는 신뢰도 덕분에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교보생명은 투자수요가 많지 않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한다.

      이들 보험사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간의 신뢰도로 그나마 공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통상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자본확충 방법은 후순위채 발행이다. 신종자본증권과 비교해 발행이 까다롭지 않은데다, 금리매력을 통해 투자수요를 모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자본인정비율이 낮고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올해까지 발행에 나선 보험사로는 농협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다 보니 재무안정성에 따라 투자수요가 갈린다.

      한 기관투자자는 “보험사들의 신뢰도에 따라 금리 수준 등이 갈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 자본확충이 시급한 회사들은 사모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을 찾기도 한다. 흥국화재의 경우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사모형태로 신종자본증권을 찍기도 했다.

      반면 외형확장 보다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춘 푸르덴셜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딱히 이렇다 할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 않다. AIA생명은 지점을 법인화 하면서 오히려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한화-교보생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막대한 삼성전자 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이 참에 보험사 순위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보험사 순위를 자산규모 기준으로 파악했다. 외형이 큰 보험사가 우수한 보험사란 인식에 바탕을 둔 평가였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과 건전성제도 강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비교는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자산규모로만 보면 삼성-한화-교보 순이지만, 자산건전성을 기준으로 파악하면 PCA생명-BNP파리바-ING생명 순으로 우수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화-교보는 자산은 클지 모르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정도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많은 터라 IFRS17도입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보험업계의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외형성장에 바탕을 둔 경쟁은 앞으로 무의미해지고, 질적 성장이 보험업계에 주요 흐름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 보헙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모회사가 튼튼하고 자본여력이 있는 생보사의 가치가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