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 회장 부자, 삼표시멘트 2대주주 지분 인수
입력 2017.05.15 07:00|수정 2017.05.15 08:41
    지분 19.09% 루터PE와 정 회장 측이 절반씩 인수하기로
    차입금 활용·컨소시엄 고려하던 루터, 삼표에 의향 타진
    삼표, 과거 추가 지분 인수 실패했으나 이번엔 적극적
    삼표는 주당 투자금 낮추고, 루터는 투자회수 부담 덜어
    •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부자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이하 루터PE)와 함께 삼표시멘트 2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정 회장과 삼표그룹은 주당 투자금액을 낮추는 효과를 얻고 루터PE는 향후 배당수익 증가와 함께 안정적 투자회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1일 정도원 회장과 아들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부사장, 삼표기초소재는 삼표시멘트 지분 9.55%를 인수했다. 루터PE(SPC명:케이머스원)와 회생기업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삼표시멘트 2대주주 지분을 절반씩 인수하기로 약정한 데 따른 것이다.

      삼표기초소재는 루터PE의 삼표시멘트 지분 중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했다. 투자 3년 후부터 1년 동안 지분 488만1784주(4.55%)를 삼표기초소재가 직접, 혹은 지정한 제3자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 삼표시멘트 2대주주 지분은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매각 때마다 기준가격과 투자자들의 조건의 차이는 주당 몇백원에 불과했지만 높은 프리미엄을 원하는 채권자 입장 탓에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보수적인 법원은 부분 매각이나 이익 공유형 매각, 주식 현물 배분 등엔 고개를 내저었다.

      삼표시멘트 경영권에 거금을 들였던 삼표그룹은 추가 지분 확보엔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때 시장 가격이 1000억원을 훌쩍 넘었던 터라 자금력이 넉넉하지 않은 삼표그룹이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웠다. 동양인터내셔널의 주주권 행사 압박도 효과가 없었다. 평소 거래량이 적어 19%에 달하는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하기도 어려웠다.

      몇 차례 2대주주 지분 매각 실패로 시장성이 없다는 이미지가 씌워진 삼표시멘트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 때 3000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 시장 가격이 낮아지자 반대로 투자 매력은 높아졌다. 몇몇 사모펀드들이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개 매각에 참여했던 루터PE도 올해 들어 다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삼표시멘트는 과거 동양시멘트 때부터 무배당 정책을 이어왔다. 그러나 루터PE는 산업은행 등 공동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삼표그룹이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가 인수 주당가격 대비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배당을 통한 수익률 보전이 필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표시멘트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봤다. 삼표그룹이 골재부터 시멘트, 콘크리트, 드라이몰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본격적인 시너지효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레미콘 캡티브마켓(전속시장) 물량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루터PE는 법원, 동양인터내셔널 등과 의견을 교환한 끝에 지난달 14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더 좋은 조건을 찾기 위해 별도로 공개매각도 거치기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다.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 루터PE가 삼표시멘트 새 2대주주가 됐다.

      루터PE는 회생종결 부담에 쫓기던 법원과 달리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2014년 결성한 PEF(알에스지·알에스지투) 자금을 활용하기로 했는데 펀드의 존속기한은 2022년까지다. 추가로 2년 연장도 가능해 최대 7년의 시간이 있는 셈이다.

      루터PE의 인수 금액은 주당 3900원씩 총 800억원이다. 시가 대비 10% 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었다. PEF 자금 외에 차입금도 일부 쓰기로 했는데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루터PE의 인수자문사인 산업은행 M&A실이 컨소시엄 구성의 물꼬를 텄다. 산업은행은 삼표그룹의 삼표시멘트 경영권 인수를 자문한 인연이 있었는데 이번엔 삼표그룹에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물었다.

      가벼운 수준의 인수의향 타진이었지만 삼표그룹과 오너가는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그룹은 삼표시멘트 경영권 인수 후 오너가가 대주주인 계열사를 통해 추가 지분 매입을 검토했던 적도 있었지만 재무적투자자(FI)를 찾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가 낮아 직접 투자하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 입장에선 낮은 가격에 지분을 늘리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고가 매수 이미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 경영권 인수 때는 주당 1만3461원이 들었다. 이번 삼표기초소재 투자를 감안하면 계열사들의 삼표시멘트 주당 투자금액은 900원 이상 낮아진다. 오너가가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주가도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루터PE와 출자자(LP)들의 투자 및 회수 부담은 줄어든다. 삼표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회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루터PE의 원금이 보장되는 형태의 약정이 맺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가를 주주로 맞은 삼표시멘트가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 가능성도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