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에 던지는 세 가지 제언
입력 2017.05.17 07:00|수정 2017.05.17 16:23
    [취재노트]
    • 최근 스마트폰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LG전자가 1분기에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7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20%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전 분기대비 6%포인트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린 ‘깜짝’ 성과다.

      언론에서도 모처럼 봄볕이 든 것처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했고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발표 당일 LG전자의 주가도 7% 넘게 상승하며 화답했다. 일부에선 갤럭시노트7 부재라는 통계의 '착시 효과'에 주목했지만 모처럼 찾아온 낭보 속에 묻혔다.

      다만 점유율 상승이 곧 수익성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LG전자의 점유율 확대는 중·저가 모델 판매량 증가가 이끌었다. 각 스마트폰업체들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사업이 여전히 고가의 전략 프리미엄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V20와 G6 판매량에 쏠리게 된다. LG전자는 구체적 모델별 판매량은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 LG전자는 “회사가 공개한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에 따라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가격을 내려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방침상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투자자들은 지난해 1조원 규모 손실 이후 LG전자의 수습책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LG전자는 비용 통제를 통해 1분기 2억원 수준으로 적자를 대폭 줄여냈다. 일각에선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제는 이후다. 스마트폰 사업에서의 손익분기 달성은 어디까지나 단기 목표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도약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제기되지만, 해법을 찾기는 만만치 않다. 최근 시장에선 LG전자가 팬택을 인수해 중저가 라인에 힘을 싣는 것이란 '루머'가 돌았을 정도로 저마다 LG전자의 미래에 대해 하나둘 훈수를 두고 있다. 수년간 LG전자를 지켜봐 온 투자자들은 크게 3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애플은 경쟁사가 아니다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소니 그리고 LG전자. 냉정하게 말해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이후 역사에서 한번 기회를 놓쳐 점유율이 떨어진 업체가 이후 역전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는 시장으로 재편이 끝났기 때문에 LG는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제는 내려 놓아야 한다”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는 판매전략에 있지 않다. 핵심은 생산전략에 있다. 연간 3억대의 스마트폰을 파는 삼성전자와 5000만대를 하회하는 LG전자의 공급망관리(SCM)가 같을 수 없다.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이전한 삼성전자는 제품 판매가격이 정체되고 시장 성장이 멈춰도 꾸준히 돈을 버는 구조를 갖췄다. 여전히 아이폰으로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벌어들이는 애플은 공급망 관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이다.

      LG전자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부품 공급망을 구성하는,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사의 난립을 고질병으로 지적한다. 과거 G5에 부품을 떼었다 붙이는 ‘모듈’ 기술을 첫 도입하면서, 단 한번도 해당 기술 양산 경험이 없는 A사에 공급을 맡겼고, 그 결과 수율 불량 문제는 조단위 손실로 돌아왔다. 이미 경쟁력 있는 부품사는 삼성전자 물량 공급에도 빠듯하다보니 그룹과 연관되거나 다소 역량이 떨어지는 부품사에 의존해야하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생산 전략을 뛰어넘을 기술 차별화는 더욱 어렵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마케팅·홍보 역량이 부족하다'. LG전자에 꼬리표처럼 붙어온 평가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LG전자는 G5의 실패 이후 음향에 특화된 V20, G6를 차례로 선보였다. 이를 통해 특정 소비자를 공략한 전략을 폈다. 하지만 유효기간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은 글로벌 선두 오디오 그룹 하만(Harman) 인수를 바탕으로 갤럭시S8에 하만의 AKG 이어폰을 제공하며 곧바로 대응했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비관적으로 들리겠지만, 현실적으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시킬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선 삼성·애플을 따라잡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이전 전략을 폐기해야 하는 건 명확하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LG전자의 유일한 리스크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재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폰 이외 사업부에서 LG전자가 보인 성과를 보면 주가는 일찌감치 10만원 이상에서 형성돼야 한다"라며 "여전히 국내 기관들은 LG전자 투자를 꺼려하고 있고, 그 핵심에는 언제든 스마트폰 사업에 다시 투자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다시 원점에 선 지금이 명확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저조한 실적 이상으로 불확실성이 우려 요소다. 소수의 고급 모델만을 유지하며 브랜드와 핵심 기술력을 유지하는 '소니(Sony) 모델'로 갈 것인지, 상위 시장을 선점한 애플·삼성 대비 가격을 낮춰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할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달라는 얘기다.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라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철수 요구가 나올 때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기술이 사물인터넷(IoT) 산업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여기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소니처럼 핵심 기술을 유지하고 사업 규모는 최소화해 향후 5~6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스마트폰 이후 기술 전환기를 준비하는 방향도 고려해 봐야 한다"

      LG전자도 점진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다. MC사업본부 인력을 자동차전장부품(VC) 사업부로 재배치해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전량 자체 생산을 고수하던 생산전략도 물량의 약 30% 이상을 외주 위탁생산하기로 변경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온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폰' 위탁생산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등 적극적인 위탁생산(OEM)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시장은 LG전자 스마트폰의 빠른 부활을 더 이상 고대하지 않는다. LG전자는 종합가전회사다. 스마트폰이 미래 먹거리를 담당해야 한다는 과중한 무게도 덜어냈다. 이제 VC 사업이 점차 그 역할을 대체한다.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가전과 연계된 인공지능(AI),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등 '스마트폰 없는' MC사업본부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LG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수위권에 꼽힌다. 아이폰향(向) 듀얼 카메라는 LG가 독점 공급한다. IoT 관련 특허를 비롯 무형 자산 경쟁력도 갖췄다.

      “부진을 보이기 시작한 때가 공교롭게도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고 자랑하며 서로를 격려한 직후라서 더더욱 뼈아픕니다” 지난 2010년 남용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며 직원들에 남긴 고별사로 전해진다. 7년만에 선 원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다. 이는 점유율, 즉 '1등 따라잡기'를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