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AAA 등급 지위, LG화학 오르고 현대차 내려올까
입력 2017.05.17 07:00|수정 2017.05.17 16:23
    LG화학, 업황 호조 업고 등급 상향조건 갖춰나가
    현대차, 실적 부진 속 최근 5년간 상황 가장 나빠
    •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가 한창인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 일반 비금융기업 중 AAA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 그리고 현대자동차까지 딱 3곳이다.

      3년전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현대차는 제조기업 중에서 유일한 AAA 등급을 갖고 있다.

      핵심은 제조기업 AAA 등급 지위가 바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AA+(긍정적) 등급까지 획득하며 AAA 등급 획득 눈 앞에까지 갔다가 좌절된 바 있다. 최근 업황 호조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다시 한번 최고 신용등급 획득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등급 유지를 위한 작업이 필요해졌다. 유동성 측면에선 여유가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등급 유지를 위한 여러 지표의 하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연말에 두 회사의 지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은 19일에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12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조7700억원이 몰렸고, 회사는 발행 규모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렸다.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도 예상보다 0.02~0.05%포인트 낮은 수준(1.97~2.58%)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 공동대표주관사들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둔화 및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2014년은 영업이익이 약화됐지만, 에틸렌 강세로 NCC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2015년 이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시현했다”며 “견고한 영업현금조성능력과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석유화학부문에서의 원가관리 능력 등으로 영업현금흐름창출능력의 변동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회사의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연간으로 2016년말 기준, 매출액은 20조6593억원, 영업이익 1조9992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조3329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재무지표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상향 트리거 조건에 점차 맞아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EBITDA 마진 20% 이상 유지,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EBITDA 대비 총차입금 1배 미만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LG화학의 연간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9.6%이며, EBITDA 마진율은 약 16.1%였다. 2017년 1분기 EBITDA 마진율은 17.7%에 달한다. 또 2016년말 기준 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0.86배를 기록했다.

      LG화학이 AAA 등급으로 가는 열쇠는 비화학부문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등급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된 배경이 업황 악화에 따른 석유화학부문의 부진 때문이었다. 업황 사이클의 간극을 좁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지, 정보전자 같은 비화학부문이라는 얘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금은 석유화학부문 이익이 집중돼 있는데 AAA로 올라가려면 이 수준을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석유화학 경기가 지속돼야 한다는 올 하반기 미국 ECC공장 가동이 변수”라며 “사업다각화 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을 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정확히 말해 반대 상황이다. 실적 부진 지속과 미래청사진 부재 속에서 ‘지금의 AAA라는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시장의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최근 신용평가는 지난해 10월7일 NICE신용평가로부터 받은 기업신용등급 평가였다. 여기에서 현대차는 AAA 등급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2014년 이후 총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별 기준 현금성자산은 16조원이 넘고,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역시 실적 부진이다. 매출액은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작년에 영업이익과 EBITDA가 크게 꺾였다.

    • 한국신용평가는 차량부문 매출액 대비 조정EBITDA 지표10% 미만, 차량부문 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 1배 초과 지속을 등급하향 요인의 구체적 숫자로 제시했다. NICE신용평가는 차량부문 EBITDA 마진 8% 미만을 꼽았다.

      현 상황에서 현대차가 등급하향 조건에 들어가있지 않지만, 그 추세가 심상치는 않다.

      현대차 개별기준 매출액 대비 EBITDA는 2014년 12.43%, 2015년 13.60%로 올라가다가 지난해 11.78%로 주저앉았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 역시 같은 기간 0.37배, 0.40배에서 0.69배로 올라갔다.

      현대차에 대한 올 한해 전망은 부정적이다. 신형 그랜저와 쏘나타 라이즈의 신차효과가 기대되기는 하지만, 침체된 내수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중국 지역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의 영향으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재고량이 최근 몇년 내 최고수준에 도달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출고량은 3개월 연속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수치만 놓고 보면 당장 현대차에 대한 등급 하향 검토를 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해 현대차에 대한 우려를 체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가 지금의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할 생각이 있다면 과거 보다 시장과 소통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 현대차는 등급 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팎에서 거세지는 압박에 대해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며 “승계작업 및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해야 해서 현대차의 기업가치 상승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고, 결국 이것이 회사의 신용도에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도 있다. 아직까지는 현대차가 AAA 등급을 유지할만하다는 얘기다. 등급 하향 가능성이 해외부문 점유율이 꺾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지긴 했지만, 포스코처럼 큰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하향 조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