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 살린 'PEF'…"돈 되는 사업이라면 자발적으로"
입력 2017.05.18 07:00|수정 2017.05.19 15:26
    자율적 민간주도 구조조정 효과
    •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 지난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은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그나마 대안으로 사모펀드(PEF)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됐지만 실효성 면에서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정부의 뚜렷한 방향성 없는 개입보다 자율적인 시장기능에 기댄 민간차원의 산업구조조정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7개 대형업체들이 과당경쟁을 벌여오다가 PEF의 참여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 시멘트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2012년 쌍용양회를 시작으로 2015년 동양시멘트(現 삼표시멘트), 지난해 라파즈한라시멘트(現 한라시멘트)와 올해 현대시멘트까지 굵직한 M&A가 진행됐다.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2대주주 지분까지 추가로 확보했다. 또 홍콩 기반의 베어링PEA는 글랜우드PE와 업계 4~5위권인 한라시멘트 경영권을 인수했다.

      마지막 매물이라고 평가 받던 현대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가 전략적투자자(SI)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수 년간 끌어온 삼표시멘트의 소수지분(19.9%) 매각은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루터PE)가 인수하며 마무리 됐다.

      한 때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시멘트업계는 PEF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조금씩 안정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7개 업체들이 과점시장을 이루고 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시장재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 굴뚝산업의 현금창출력에 주목한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즉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잉공급 해소를 검토하는 한편, 과거의 과도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 1차 시장재편이 완료되면서 시멘트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다음 시장재편을 위한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1~2년 뒤 베어링PEA가 보유한 한라시멘트를 시작으로 업계재편과 덩치 키우기가 다시 진행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PEF와 기존 업체들 모두 체질개선과 더불어 나름의 전략마련에 고심 중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시장을 비춰봤을 때 국내 시멘트 업계도 향후 수년 내 빅4 또는 빅5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PEF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과거 수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업계의 자연스런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짧게는 1~2년 뒤 베어링PEA가 보유한 한라시멘트를 시작으로 업계재편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베어링PEA가 추가적인 M&A를 통한 확장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 한라시멘트가 과거와 같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경쟁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베어링PEA의 투자회수 시점에 맞춰 매물로 출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향후 추가적인 업체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LK투자파트너스와 한일시멘트 또는 기존 시멘트 업체들이 M&A 시장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현대시멘트를 인수했지만 해안에 위치한 업체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금은 있고 삼표시멘트 인수전에도 참여한 바 있는 아세아시멘트도 인수후보로 꼽히고, 당장의 재무적 여력은 미비하지만 성신양회도 생존을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확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시멘트 업계에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업계재편이 이뤄지면 다소 잠잠해 지긴 했지만 선진국 시장을 비춰봤을 때 국내 시멘트 업계도 향후 수년 내 빅4 또는 빅5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PEF들과 생존을 위해 M&A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기존 업체들 모두 시장 재편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