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전환 자문 김앤장으로…"역시 총수 수임 효과"
입력 2017.05.23 07:00|수정 2017.05.24 09:33
    '김앤장' 기피했던 롯데…신동빈 회장 형사 사건 이후 달라진 분위기
    롯데마저 김앤장으로…초조한 눈으로 지켜보는 경쟁 로펌들
    • 롯데그룹과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문을 맡아 100억원을 넘게 벌었다는 시샘 섞인 이야기가 로펌들 간에 나오는 상황에서 그룹 지주사 전환 법률자문까지 김앤장이 따냈다.

      지켜보는 로펌업계는 씁쓸한 표정이다. 그간 롯데그룹은 각 로펌 내 M&A자문업계 사이에선 김앤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거론됐다. 긴밀해진 양 사를 지켜보는 로펌들 사이에서는 “역시 총수 형사 사건 수임이 최고”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실제 인베스트조선이 2011년 이후 집계한 M&A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김앤장이 자문한 롯데그룹의 M&A거래(Deal)는 찾아보기 어렵다. 1조2000억규모 하이마트 인수전에선 법무법인 '율촌'이 롯데쇼핑 측을 담당해 거래를 마무리지었다. 1조 규모 KT렌탈 인수에선 '광장'이 호텔롯데를 자문했다. 롯데케미칼의 삼성정밀화학·삼성SDI 내 화학사업부 인수라는 빅딜은 '태평양'이 담당했다.

      A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과거 2000년대 초 M&A 자문 과정에서 그룹 고위 경영진과 김영무 김앤장 대표가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롯데그룹 내부에선 김앤장 자문을 금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라며 "2~3년 전 러시아에서 김앤장 현지 변호사가 직접 발굴해온 프로젝트가 유일한 수임 건으로 알고 있는데, 그마저도 중도에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앤장에 굳게 닫혀온 롯데의 문이 점차 열리고 있다. 지주사 전환 법률자문을 김앤장이 수임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최근 상위 로펌들의 역량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결국 영향을 준 것은 지난해 이후 신동빈 회장 형사사건을 김앤장이 담당한 점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B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김앤장이 일찌감치 돈이 될만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사 사건에 금융·기업·공정거래 등 분야 관계없이 변호사 150여명을 총 투입해 '올인'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본다”며 “최근 롯데자문에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낸 율촌이 가장 아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화 관련 자문은 로펌들 사이에선 놓칠 수 없는 일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임료는 물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각 계열사의 고민과 현안 과제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는 '부외 수입'도 짭짤하다는 평가다. 특정 그룹과 관계를 쌓는 측면에서도 각광받는 프로젝트로 꼽힌다.

      로펌 입장에선 매물을 발굴해 고객사에 먼저 제공하기에도 지배구조 관련 자문만한 계기도 없다는 평가다. 과거 LG그룹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겪은 광장 K변호사가 LG발(發) 장이 설 때마다 여의도 트윈타워에 사실상 독점 출입하는 계기가 됐던 점도 다시 언급된다.

      C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물론 롯데그룹이 수수료(Fee) 측면에서 ‘짠돌이’였지만 다른 그룹들도 단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롯데그룹 수수료가 박한 수준이 아니게 됐다”라며 “지배구조 개편에서 대외적인 얼굴 역할은 맥킨지가, 주요 M&A 실무는 율촌이 해왔지만 결국 수임료는 김앤장이 다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앤장이 롯데그룹 지주사전환을 잘 마무리 짓게될 경우 '트랙 레코드'를 쌓아 관련 자문수임에서 한 발 더 앞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새 정부 출범으로 상법·공정거래법 등 재벌 규제 강화 속에 기업들은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 호소하지만 동시에 각 로펌들은 표정관리에 나설 상황이 됐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비주력 사업의 매각, 신사업 분야 확장 등 향후 일감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D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큰 손인 삼성·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지주사전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김이 빠지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가 많다보니 각 지주사 CFO들도 새 정부 공약을 펴고 밤샘공부에 나서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그간 나온 매일유업·오리온 등 중견 그룹 지배구조 컨설팅과는 비교할 수 없을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보니 각 로펌들도 경쟁적으로 관련 세미나 및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