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이익 15% 줄면 더블스타 철수 명분 생겨
입력 2017.05.24 07:00|수정 2017.05.25 23:18
    종결 직전분기 누적 영업익, 전년比 15% 이상 안 떨어져야
    1분기 적자에 2분기도 반등 불투명…선행조건 충족 '빨간불'
    실적 우려한 더블스타가 요구…2분기 실적이 선택 가를 듯
    • 금호타이어 매각엔 전년 영업이익보다 15% 이상 줄어들면 안 된다는 조건이 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부진에 허덕이며 1분기 손실을 기록한 금호타이어가 2분기 중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의 인수 의지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실적부진이 중국 업체의 인수 가능성, 그리고 그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은 앞으로 더블스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매계약에 따라 관련된 국가들의 인허가를 얻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채권단 실무 협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여러 선행 조건을 요구한 바 있는데 여기엔 실적 유지 조건도 포함돼 있다.

      거래 종결 직전 분기의 금호타이어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종결 시한이 9월 23일인 만큼 상반기까지의 누적 실적이 이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건은 더블스타의 요구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다른 국내 경쟁사 대비 크게 악화한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빌려서 조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적이 유지돼야 계획대로 인수를 진행하고 금융회사들에도 설명할 근거가 생긴다”며 “차입금 만기 연장을 고려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도 실적 악화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는 1분기 영업손실 282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원화 강세 및 원재료 가격 상승, 중국 신차용타이어(OE) 부진에 따른 것이다. 올해 2분기까지 실적이 지난해의 85% 수준까지 회복하기 위해선 2분기에만 7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금호타이어 상황을 살피면 이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비해 타이어 가격 인상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중국 남경 공장 이전은 2분기 중에나 완료된다.

      무엇보다 회사의 핵심인 중국 시장이 부진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국이나 북미, 유럽 시장에선 1분기에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으나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22.2%나 꺾였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더블스타로의 인수가 예정된 점도 중국 내 거래처 단절 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유지는 선행 조건이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더블스타는 별도의 위약금 없이 거래에서 발을 뺄 수 있다. 더블스타는 여전히 의지가 높고 협상도 성실히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타이어 산업에서 나홀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금호타이어에 우려섞인 시선도 더블스타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이 인수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거래 종결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블스타는 아직 기업결합 및 세부조건 협상 등 시간이 있는 만큼 2분기 실적 추이를 면밀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거래 종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더 있다. 금호 상표권 활용과 차입금 만기 연장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금호 상표권자 중 하나인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채권단에 상표권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나머지 권리자인 금호산업의 동의도 필요하다. 채권단이 지난해 금호산업에 5년간 상표권(추가로 15년 선택 사용)을 사용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금호산업은 합리적 조건이 뒷받침되면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을 뿐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차입금 만기 연장 문제에서도 채권단 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다음달 1조원 이상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더블스타는 5년 상환 유예를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채권 금융회사에선 과도한 요구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상표권 활용을 허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차입금 만기 연장 문제도 조만간 채권단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