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베팅 배경엔 ‘태양광’ 자신감
입력 2017.05.26 07:00|수정 2017.05.28 18:16
    소극적 평가 받던 한일시멘트, LK파트너스 손잡고 6300억 베팅
    현대시멘트 단양공장, 태양광 발전소 건립 추진
    약 3~5년 후 전망…정부의 인허가는 ‘변수’
    •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공장부지에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늘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던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인수한 데는 태양광발전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란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LK투자파트너스는 지난달 인수를 완료한 현대시멘트의 단양공장 일부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시멘트는 현재 주력인 강원도 영월공장과 보조 격인 충북 단양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인허가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태양광발전소 건립은 단양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추진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약 3년 후 단양공장의 가동률이 3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동양시멘트(現 삼표시멘트)도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폐광산을 활용해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계획했고, 현재는 포스파워가 이 부지를 인수해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일시멘트와 LK파트너스는 태양광발전소가 건립되면 이를 매각해 투자금의 일부 회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억원 내외의 매각을 통해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발전 업황과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매출처 및 수익성 확보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태양광'이라는 확실한 엑시트 카드는 한일시멘트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쌍용양회, 동양시멘트의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의 시가(4100억원) 대비 7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일시멘트는 인수전 막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수의향서(LOI) 제출 단계까지 한일시멘트의 참여 여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 본입찰 단계에서 L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평소 허기호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LK파트너스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총 6300억원의 인수금액 중 22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허기호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비춰볼 때 이번 현대시멘트 인수는 굉장히 의외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M&A에 잇따라 실패하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구체적인 엑시트 전략을 미리 마련한 것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허가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엑시트 전략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건설경기의 하락추세 속에서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 또한 나온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인수를 막 완료한 단계고 정부의 인허가를 비롯한 대외변수도 남아있기 때문에 엑시트 전략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한일시멘트의 인수효과에 대해서도 불안정한 원자재가격, 지역자원시설세, 철도운임 상승 등과 같은 불안한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