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한 SK증권 매각…입 열지 않는 SK그룹
입력 2017.06.01 07:00|수정 2017.06.02 14:02
    [Invest Column]
    • SK증권은 애증의 회사다. 외환위기 수년 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1999년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SK증권이 부실만회를 위해 투자한 해외파생상품은 오히려 손실 폭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이면계약, 분식회계 등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은 SK증권을 끝내 놓지 않았다. 2007년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SK증권의 매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매각기한을 넘겨 결국 옛 SK C&C에 지분을 잠시 넘기는 전략을 선택했다.

      SK증권의 매각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SK㈜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8월까지 SK증권 지분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의 칼날을 세운 상황에서 SK증권의 지분처리 향방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통상 2달이 걸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고려하면 적어도 이달까지는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까지 그룹은 이렇다 할 명확한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세 차례 공시를 통해 ‘SK증권 지분 처리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단 10%의 지분으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탓에 SK증권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은 많다.

      올해 초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PE)와 신생 PEF 운용사 플랫폼파트너스가 SK증권 경영권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최근엔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추진 할 때 기관투자가의 눈치를 비교적 덜 보는 외국계 PEF의 참여 가능성과 함께 국내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문도 있다.

      매각기한은 다가오는데 SK그룹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없다 보니 시장의 의혹은 커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신 SK증권 사장을 중심으로 내부경영진인수(MBO, Management Buy Out)도 거론된다. 이는 지난해 리딩투자증권 매각 당시 김충호 IB부문 부사장이 외부 기관투자가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해 경영권을 인수한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오너일가가 인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 ‘어떠한 방식으로든 SK그룹의 영향력이 미치는 방식의 매각이 진행될 것이다’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매각기한을 넘겨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더라도 이에 대한 부담을 인수자 측에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이 인수의지가 강한 여러 후보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거래라는 의견도 있다.

      SK증권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그룹 또는 최태원 회장이 제 3자 매각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SK증권 자체만을 두고 봤을 때 그룹 내에서 중요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룹의 주요한 자본시장 내 거래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현행법이 인정하는 선에서 그룹 계열사가 인수에 나서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그룹의 전략적 판단을 차치하고 주요 계열사를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제시된 방향성이 전무하다는 점은 아쉽다. 이면계약과 분식회계, SK루브리컨츠의 매각번복,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그룹으로서 투자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산적해 있는 과제가 많다. 지주회사와 관련해 요건을 강화해야 하고, 통신료 인하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 도시바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이고, LG실트론 지분 인수도 마무리 해야 한다. 현안 해결을 위해선 수 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혀야 하고, 그 밑바탕은 그룹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 있다. SK증권 매각에 대한 입장과 진성 매각 여부는 그룹 신뢰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