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오르는 코스피…희비 갈리는 '헤지펀드’
입력 2017.06.01 07:00|수정 2017.06.02 13:58
    코스피 2350선 뚫으며 연중 최고치 경신
    공모펀드 환매 분위기 속에 헤지펀드는 자금유입 지속
    9조원 규모로 시장확대...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온도 차’
    • 코스피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돌파하는 가운데 헤지펀드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대형사들은 고객이탈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신생 헤지펀드로는 자금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 전체적으로는 규모는 커졌지만,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는 등 ‘시장 확대’와 옥석 가리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장중 최고치를 돌파했다. 지수는 한때 2356.6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수출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는 점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이런 가운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모펀드 환매에 나섰다. 박스피 고점에서 팔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반해 헤지펀드는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헤지펀드 운용사는 84개로 증가했고, 한국형 헤지펀드의 개수는 358개로 증가했다. 설정액은 이달 9조원을 넘어섰다.

    •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으로 보이나, 회사마다 ‘온도차’가 존재한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형사로 자리잡은 삼성, 미래, 안다는 지난달 말 기준 채권형 헤지펀드를 제외하고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경우 설정액이 전월 대비 570억원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안다자산운용도 각각 70억원, 420억원 감소했다.

      한 헤지펀드 담당자는 “대형사의 경우 헤지펀드 전략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데 맞춰져 있어 장이 좋을 때는 수익률 상승폭이 제한적이다”라며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생 헤지펀드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전문사모집한투자업 등록을 마치고 운용업계에 뛰어든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단시일 내에 규모를 키우며 업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중 유일하게 수탁고가 1조원을 넘어섰다.

    • 타임폴리오가 출시한 헤지펀드 모두가 지난달 말 기준 수익률이 플러스(0.15%~8.42%)를 기록하고 있는게 핵심 이유로 꼽힌다. 변동성(시장 상황에 따른 수익률 변화) 면에서도 5% 내외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변동성이 5% 이하일 경우 수익률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외에도 설립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에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였던 박치홍 대표가 설립한 ‘GVA자산운용’이 이달 출시한 헤지펀드 ‘세이버’와 ‘포트리스’ 시리즈에 일주일 사이에 각각 270억원과 100억원 등 총 37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신생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배경으론 ▲규제완화로 헤지펀드 설립이 용이한데다  ▲기존 헤지펀드 업체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점이 거론된다. 메자닌 투자 전략을 고수하는 플랫폼파트너스 헤지펀드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일부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이 18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헤지펀드 전략인 롱-숏 전략이 아닌 롱온리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롱온리 전략은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을 매수한 뒤 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으로 기존 뮤츄얼펀드와 같은 전략이다. 요즘 같이 코스피 상승 국면에선 롱-숏 전략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손실폭도 커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는 “최근 설립된 중소형 헤지펀드의 경우 기존 롱-숏 전략보다는 롱온리 전략을 추구하는 곳이 많다”라며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경우 수익률 변동이 클 수 있는 만큼 연말이 되어봐야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헤지펀드들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당시 각광 받던 브레인, 대신,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내놓은 헤지펀드는  변동성이 커지며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때 각광받았던 일부 유명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너무 떨어져 운용사의 향후 영업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