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역대 최대 공모 BW', 주가에 흥행 달렸다
입력 2017.06.01 07:00|수정 2017.06.02 14:03
    그룹 지원 빼도 4100억원 시장서 투자 받아야
    신종자본증권 차환 목적 커…규모 줄이기 쉽지 않아
    "금리 매력 없다"…신주인수권 가치에 흥행 달려
    • 두산인프라코어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다. 차환 목적의 자금조달인데다, 평범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6일 5000억원 규모 BW 발행을 결정했다. 2009년 기아자동차의 4000억원 공모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 BW다. 지난 2012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차환 목적이 커 발행규모를 줄이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발행조건은 다소 공격적인 편이다. 만기 5년에 3년 후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한데 표면금리로 2%, 만기금리로 4.75%를 제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현재 BBB(한국기업평가), BBB-(한국신용평가)다. 등급전망은 모두 '부정적'이다. 대기업 계열사 중 올해 추락천사(Fallen Angel;투기등급 추락 채권)로 분류될 수 있는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BBB 기업 회사채 3년물 민간평균금리는 6.92%다. 5년물은 7.21%다. BBB-를 기준으로는 각각 8.32%, 8.63%로 뛴다. BB+등급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10%를 훌쩍 넘어간다.

      지난 3월 공모 흥행에 참패한 계열사 두산건설의 1500억원 BW보다 금리 수준이 낮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로 두산인프라코어보다 한 단계 아래다. 두산건설은 표면금리로 2.5%, 만기금리고 5.5%를 제시했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긴 내부적으로 쉽지 않았을 거란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만 보면 두산인프라코어 BW의 투자 매력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BW의 매력은 금리를 낮추는 대신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플러스 알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주인수권 행사가액과 앞으로의 주가 추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이번 BW의 행사가액은 9090원이다. 아직은 큰 의미가 없는 금액이다. 최종 행사가액은 7월19일 확정될 예정이다. 주가는 BW 발행 발표 후 급락해 80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현 수준으로 주가가 유지된다면 8000원 안팎으로 행사가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선 7월18일까지 주가가 하락하고, 이후 반등하는 게 흥행에 유리하다. 주가가 행사가액보다 높으면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지는 까닭이다. 물론 이 경우 BW 발행에 따른 잠재주식수가 늘어나 향후 그룹 보유 지분율이 더 낮아지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행사가액 확정 이후에도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가격재조정(리픽싱) 조건을 뒀다. 최초 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가격까지 행사가액 조정이 가능하다. 예컨데 8000원으로 행사가액이 확정된다면 추후 주가 하락에 따라 6400원까지 행사가액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리픽싱 조건은 최저 7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지난 3월 두산건설 BW의 리픽싱 조건도 70%였다. 이와 비교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리픽싱 조건은 투자자에게 비교적 불리하다.

      기대를 걸만한 부분은 두산그룹 계열사 신주인수권이 모두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 재무 위기의 고비는 지났다'는 시장의 평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발행된 두산그룹 계열사 BW의 신주인수권은 모두 이론가치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29일 종가 기준 두산건설 신주인수권(3WR)은 340원, 두산중공업 신주인수권(1WR)은 3915원이다. 두산건설 신주인수권 이론가격은 260원, 두산중공업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은 2779원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시한 신주인수권의 이론적인 가격은 1177원에 이른다. 변동성에 따른 블랙-숄즈 가격모형에 따른 것이다. 같은 모형으로 계산한 보다 크게 높다. 신주인수권 가치가 높아지면 채권을 일부 할인해서 매각하고, 신주인수권 매매를 통해 안정적으로 3~5%의 수익을 가져가는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 역대 최대 규모의 BW 공모 물량이 시장에서 완벽하게 소화될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지분율 36.4%)은 주주우선공모임에도 5000억원 중 600억원만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포함, 그룹의 지원은 최대 900억원에 그친다. 4100억원은 오로지 시장에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실패하면 주관사단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번 BW는 7월 24~25일 구주주 청약, 7월27~28일 일반공모 청약을 거쳐 8월1일 발행될 예정이다. 채권과 분리된 신주인수권은 8월22일 상장돼 주식처럼 별도로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