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셀트리온헬스케어, 여전한 시장 불신은 '숙제'
입력 2017.06.12 07:00|수정 2017.06.14 09:32
    바이오로직스 제외하고 PER로만 산정…'비교적 합리적'
    미국 시장 선점효과 '의문'…시장 추이 지켜볼 필요성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점차 가열…"수요예측에 영향 불가피"
    •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조심스럽게 기업공개(IPO) 공모에 나섰다. 간결하고 직관적이도록 주가순이익비율(PER)로 공모가를 산정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해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과 가격 할인 부담, 미국 시장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인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공모희망가 밴드를 3만2500~4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신주 발행을 감안한 지난해 주당순이익이 846원임을 고려하면 PER은 38~48배 수준이다. 주당 공정가치는 PER의 56배인 4만7480원으로 산출됐지만, 최대 31.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근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PER이 40~60배 수준에서 형성돼있음을 고려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 대상 기업도 셀트리온·녹십자·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 9곳으로 다양화하고, 최고 및 최저값 각각 3개를 평균에서 제외하는 등 산술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피해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구조가 비슷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리며 감리가 진행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시장 규모를 비교하는 독특한 공모가 산정식과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로 인해 공모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침을 겪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높은 공모가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가 산정식을 일부 차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공모 흥행을 위해 몸값을 낮추고 시장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보려는 노력이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업구조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신은 아직 여전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근본적인 수익 인식 구조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75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 판매품목인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40% 이상으로 오르며 거둔 성과다. 북미 매출도 2654억원으로 유럽 매출(4272억원)의 60%에 달했다.

      램시마의 북미 판매 허가가 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본격적인 판매는 12월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지난해 매출로 반영된 성과는 실제 상품이 판매됐다기보단, 북미 판매파트너인 화이자에 넘어간 물량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인 북미에서 램시마(현지 판매명 인플렉트라)가 자리를 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 시장에는 기존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교차 투여를 1년 금지하는 규정(1년 제한 룰)이 존재한다. 램시마의 고객은 일단 '신규 환자'에 국한되는 것이다.

      2018년에는 경쟁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렌플렉시맙이 본격 시장에 진출한다. 심지어 이와 비슷한 시기에 1년 제한 룰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램시마의 북미 시장 선점 효과가 크지 않아진다.

      게다가 램시마의 북미 독점판매사인 화이자도 램시마와 동일한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이자의 판매 의지가 의심받으며 지난달 셀트리온의 주가가 조정을 받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판매가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가격 할인에 따른 손실을 셀트리온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받아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램시마의 유럽 가격은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의 70%였다가 지난해 60%로 할인 조정됐다.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42.9%에서 37.2%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이익률은 27.8%에서 23.6%로 떨어졌다.

      다만 이 기간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연구개발비였다. 2015년 373억원이던 경상연구개발비를 지난해 655억원 반영하며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2015년 수준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41.4%로 42% 안팎을 유지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비슷한 추이를 유지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만 급감했다는 건 판매가 인하로 인한 손실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로 흡수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대량판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재고자산이 여전히 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7월13~14일 이틀간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어 7월19~20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큰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난다해도, 부정회계 이슈에 휘말렸던 기업은 공모가가 좀 더 보수적인 수준에서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며 "한공회와의 마찰도 결론적으론 회사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 공모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