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밥그릇 싸움'에 산으로 가는 펀드슈퍼마켓
입력 2017.06.13 07:00|수정 2017.06.14 09:32
    낮은 인지도와 접근성으로 활성화 기대에 못 미쳐
    펀드슈퍼마켓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 적자지속
    운용사간 알력다툼으로 적극적인 체질개선 힘들어
    • 펀드슈퍼마켓이 출범 3년 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낮은 인지도도 문제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 않는 까닭이다. 주요주주로 참여하는 운용사간의 '밥그릇 싸움'이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이다.

      펀드슈퍼마켓은 지난 2014년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펀드에 가입하고 환매하자는 취지로 출범됐다. 판매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자산운용사들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독립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회사 간판보다는'운용성과'를 중심으로 펀드가 검색된다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성과는 이에 못 미친다.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접근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독립계 운용사들도 '펀드판매의 주요채널로는 자리잡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펀드슈퍼마켓을 운용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삼성자산운용(지분율 9.99%), 미래에셋자산운용(9.99%), 에셋플러스자산운용(9.99%) 외 37개 자산운용사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회사다. 출범 이후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15년 77억원, 2016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누적적자가 229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5년에는 162억원의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적자가 누적되며 또다시 증자에 나서야 할 판이다.

    • 주주들은 증자에 난색을 표한다. 지난 2015년 증자 당시에도 자산운용사들은 정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자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에세플러스자산운용이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자가 이뤄졌다.

      이후 금융위는 주요주주에 펀드온라인코리아 경영을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이후에도 좀처럼 경영이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 자산운용사간 일종의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2015년 이병호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선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신임 대표 후보를 놓고 서로 간 이견을 보이다 결국 한국투자증권 출신 이병호 대표가 선임됐다. 이를 놓고 일부 자산운용사에선 판매사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온라인슈퍼마켓을 설립했는데, 대표에 증권사 출신이 오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벨리 등에서 IT 전문가를 데려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자산운용사간 의견 차이로 결국 국내 증권사 출신인 이 대표가 선임된 것으로 안다”라며 “어느 한쪽으로 경영에 무게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절충인사란 평가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증자에 시큰둥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비록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들에 더 많은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밝혔지만, 서로 간 견제로 경영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슈퍼마켓의 잠재력과 활성화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일부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이 활성화되면 판매보수 절감을 통해 자산운용사와 소비자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주주구성으로는 누구도 앞장서 체질개선을 할 수 없다”라며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경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