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하향 기조 '주춤'…개별 평가 조건은 더 깐깐해져
입력 2017.06.22 07:00|수정 2017.06.22 07:00
    해외사업 추이·최대주주 변경 등
    개별적 특수 상황도 신용도 영향
    • 올 들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저하 추세는 주춤했다. 몇 년 간 이어진 등급하향의 기저효과와 더불어 반짝하며 개선된 업황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개별 기업들에 대한 평가 조건은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과 해외사업 성과 등 개별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커지면서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조정된 횟수는 19차례로 작년 같은 기간 56차례에서 66% 줄었다. 신용등급이 하향된 것은 총 8건으로 전년 동기 24건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두산그룹, 한라그룹, 한진그룹 등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등급 변동에 안정화가 이뤄졌고, 최근 3년간 이어지던 등급 하향 기조의 기저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다.

      전반적인 신용도 하향 기조는 주춤해졌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 조건들은 더 깐깐해지고 있다. 업황과 그룹의 지원여력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상황,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최대주주 변경 등 개별 기업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들이 신용도에 미칠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 롯데쇼핑의 경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사업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중국법인의 적자가 지속될 경우 롯데쇼핑의 등급을 떨어뜨리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풀무원도 해외식품사업의 실적이 평가 요소로 더해졌다.

      한화테크윈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동이 평가 요인으로 새로 지목됐다. 사업부 분할이 최종적으로 방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쪽으로 흐르게 돼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은 줄었다는 얘기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업 확장 중인 맥주사업의 실적이 중요해졌다.

      대성산업가스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가 차입으로 인수한 점이 부담 요소로 꼽혔다. 한국신용평가는MBK파트너스가 차입 부담을 대성산업가스에 전이할 가능성이 커지면 등급을 하향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경영권 향방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평가 포인트다.

      개별기업에 대한 평가 모니터링 강화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의 후행적 등급 공시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또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개별기업의 독자적 채무상환 능력을 따지는 ‘자체신용도’를 더 고려하겠다는 의미도 반영돼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업계에 대한 안팎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가 깔리게 됐다”며 “신용평가사별로 다른 잣대를 들이밀어 등급 스플릿 현상이 늘어나며 시장에 건강한 논쟁 거리를 던져줄 여지가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