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해외로' 對 KB금융 '완전 자회사화'
입력 2017.06.22 07:00|수정 2017.06.22 07:00
    KB, 비은행계열사 자회사화 통해
    그룹에 반영되는 순이익 늘려
    두 그룹 분기이익 격차 100억 불과
    신한은 해외 시장 확장으로 반격
    •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벌어진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턱 밑까지 추격에 성공한 KB금융은 비은행 핵심계열사를 완전 자회사화하며 그룹에 반영되는 이익을 늘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KB금융 대비 경쟁 우위에 있는 해외 시장에서 영역 확장에 나서며 이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올해 2분기에도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근소한 차이를 두고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 1분기 두 그룹의 순이익 격차는 일회성 요인 제거시 50억여원에 불과했다. 2분기에도 지배주주순이익 기준 예상치는 신한금융이 6800억여원, KB금융은 6700억여원으로 100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KB금융은 내부적으로 고양돼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2000억원에 달하던 분기 순이익 격차를 크게 줄인 까닭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KB는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직원들은 소속감없이 줄만 잡으러 다녔다"며 "탄탄한 자본력·소매금융을 바탕으로 이제야 원래 위치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분율이 각각 40%, 52%에 불과했던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화를 결정했다. 이들은 은행을 제외한 KB금융 계열사 중 지난 1분기 첫번째, 네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분을 100% 확보하면 그만큼 KB금융그룹에 반영되는 순이익이 늘어난다.

      KB금융은 비금융계열사 실적을 바탕으로 3분기부터는 순이익 기준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 신한금융도 실적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KB에 더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KB금융처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건 어렵지만, 그간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차별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의 대표적인 무기가 바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베트남 ANZ은행 소매부문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및 통합 작업이 끝나면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외자계 은행 중 1위로 올라선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통합 후 신한베트남은행의 자산은 30억달러 수준으로 커진다"며 "고객이나 사업부문 등 기존 신한베트남은행과 겹치는 사업부문이 거의 없는데다, 자산관리(WM) 등 현지에서 거의 하지 않았던 사업이 많아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쟁력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5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 성장성도 갖췄다. 2015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베트남 성인 인구 중 70%가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인구 9000만명의 베트남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억1000만장의 직불카드가 발행됐다. 신용카드·대출 등 소매금융 사업의 확장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외에도 7조원대 자산에 종합라이선스를 갖춘 일본 법인을 보유하는 등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그룹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총자산 규모는 25조원, 비중은 8%를 넘어섰다. 최근 3년새 제자리걸음 중인 KB금융과는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카자흐스탄에서의 큰 실패로 인해 해외 진출의 의지는 물론, 관련 인력과 노하우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신한과 KB는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戰場)에서 이익 극대화를 통해 서로를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