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에 웃는 로펌·회계법인…옥석 가리기 본격화
입력 2017.06.22 07:00|수정 2017.06.23 09:33
    새 정부 규제 강화에 자문사 호황
    인력 확대 등 경쟁력 강화 움직임
    일감 증가 기대 속 환경 변화 '긴장'
    • '재벌 개혁'을 앞세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계는 경영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로펌‧회계법인‧투자은행(IB) 등 자문사들의 먹거리는 점점 늘고 있다. 법안 개정 및 규제 강화 움직임에 '모범 답안'을 제시하기 위해 자문사들은 인력을 영입하고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경제 민주화'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변화가 각 자문사에 나비효과로 돌아올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자문사에 일감을 분배해준 그룹내 컨트롤타워 조직은 축소되고 계열사들의 독립 경영은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치열한 경쟁 환경이 예고되면서, 자문사의 역량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평가다.

      최근 자문사들의 관심은 각 그룹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새정부 출범으로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켜 손쉽게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금지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현대중공업‧롯데‧BGF리테일 등 이미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중인 기업들 외에 시장에선 효성·현대산업개발 등 중견그룹들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법 개정 이전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그룹들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문사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화 관련 거래는 자문사들 사이에서 놓칠 수 없는 일감으로 꼽힌다. 직접적인 수임료는 물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각 계열사와 관계를 쌓고 고민과 현안 과제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는 '부외 수입'도 짭짤하다는 평가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는 일찌감치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자문을 선점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쟁 로펌 사이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사 사건을 바탕으로 자문까지 따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 선두답게 트랙레코드를 쌓으며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삼일회계법인도 사내 '리서치 센터'를 신설해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및 규제 변화에 대한 자문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인적분할 및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이 최대주주 지분율 확대를 위해 활용되는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그룹들도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란 비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며 "그렇다고 시기를 놓칠 순 없기 때문에 다수 대기업이 법 개정 이전에 빠르게 추진하자는 분위기고 실제 자문도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미 지주사 전환을 마친 그룹도 지주사의 자회사 보유 지분 확대 등 규제 강화에 따른 고민이 남아있다. 과거 해당 그룹의 지주사전환 과정을 전담했던 자문사들은 요건 강화에 따른 사후 수입(A/S)을 기대하고 있지만, 수임료 인하 등 경쟁이 치열해지며 단골을 뺏길까 내심 경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기업 입장에선 '발등의 불'인 공정위원회의 권한 강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공정위의 역할 확대는 국회의 승인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 시장 현안을 꿰뚫고 있는 인사가 새정부에 등용돼 감독 업무를 맡게 됐다. 각 그룹들은 전담 로펌을 통해 향후 예상될 규제에 해당되는 사안은 없는 지 내부 점검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해 각 그룹내에서도 가치 부양 최우선 순위에 있던 회사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한화그룹의 한화S&C,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일감몰아주기' 등 그룹의 직접 지원에 대한 감독 강화는 상수가 된 상황이다. 승계 작업에 활용될 것으로 언급돼온 해당 계열사들은 해법으로 M&A를 통한 '정공법'을 검토하고 있다. 자문사들은 해당 거래(Deal) 자문은 물론 고객 상황에 맞는 매물까지 발굴해 제시하는 등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 분주해진 자문사들의 움직임에 맞춰 인력 확보 전쟁도 재개됐다. 지난해 이후 공정위 출신 '전관'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선 로펌 업계가 대표적이다. 노대래 전 공정위 위원장(세종), 안영효 전 공정위 시장감시국장(김앤장), 박인규 전 공정위 창조행정법무담당관(광장),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태평양) 등 상위 로펌을 중심으로 인력 흡수에 나서고 있다.

      새 정부에 맞춘 특화 사업 확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앤장은 창업자인 김영무 변호사가 직접 통일 이후 북한 사업 관련 연구에 몰두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선두인 삼일회계법인도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북한연구소를 운영중이다. 대북 유화 기조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외에도 일부 회계법인은 중소기업 전담 조직의 확대를 추진하는 등 새정부 기조에 맞춘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황을 맞은 자문사들 사이에선 수익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환경 변화에 대한 긴장도 감지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 기조에 맞춰 고객사인 대기업들이 변화하면서 그 여파가 자문사로도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특정 그룹 거래는 특정 자문사가 전담해온 '공식'도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각 자문사들은 체감하는 변화로 그룹들의 컨트롤타워 축소를 꼽고 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를 시작으로 롯데의 정책본부, 한화의 경영기획실 등 그동안 그룹 전략을 총괄해온 조직들은 해체되거나 조직 규모가 대폭 줄었다. 일부 그룹에선 인력 축소와 더불어 업무가 계열사로 이관됐다. 주로 컨트롤타워 조직을 통해 M&A 등 일감을 확보해온 자문사들은 새로운 인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의사결정 조직이 분산되면서 과거 그룹 총수의 형사 송무에서 무죄를 이끌어내고, 지주사 전환을 말끔히 해결하는 등 특정 인연을 통해 그룹 계열사 거래를 독점해온 관행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자문사들 사이에선 삼성·한화 등 일부 그룹은 컨트롤타워 해체에도 M&A 전담 인력은 유지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과 대외적으로 각 계열사에 주도권을 이전한다 발표했기때문에 이전처럼 특정 조직이 의사결정을 독점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라며 "각 그룹의 M&A가 본격화되면 거래 주도권의 향방도 확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