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그룹 색깔 바꾸겠다는 LS, 오락가락 행보에 시장 신뢰는 '바닥'
입력 2017.06.27 07:00|수정 2017.06.29 07:11
    상장·매각 병행한 LS, LS오토모티브엔 매각 결정 '당일 통보'
    원금 회수 욕심에 무산된 이베스트투자증권
    E1 등 우량 계열사 신용도 하락 우려로 불똥
    • LS그룹이 M&A 시장에서 ‘갈지자(之)’ 행보를 반복하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재수는 기본, 3수는 선택'이 된 사례들이 쌓이며 LS그룹의 약속은 어느덧 ‘공수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열사에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경영권은 우선 유지하고 그 와중에 매출 다변화를 위해 세운 계열사의 자금사정 등에 대한 고려는 적다. 그리고는 협상 과정에서 오로지 그룹이 책정한 가격만이 고려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LS그룹은 LS오토모티브의 상장(IPO)을 중단한다는 입장과 함께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에 대한 소수지분 매각 종결이 가까워졌음을 LS오토모티브에 알렸다. LS오토모티브 임직원들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날 LS오토모티브는 상장 공모 물량 중 직원들에 우선 배정된 우리사주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그룹으로부터 갑작스런 상장 중단 통보를 받아야 했다.

      LS오토모티브는 아직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철회'로 공식 전달하지는 못했다. 거래소 역시 LS그룹보다는 LS오토모티브와 접촉하고 있었고 조만간 회사측과 다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 철회가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LS오토모티브는 그룹 측에 향후 일정 및 매각 계획을 문의했으나 "앞으로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와 관련 ㈜LS측은 “거래(Deal)과 관련 구체적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LS오토모티브 매각 작업엔 지주사 내 소수 인물만 관여했다. 매각 대상인 LS오토모티브의 경영진조차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LS오토모티브 경영진은 매주 조회 때마다 직원들의 문의에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경영권 매각에서 상장으로, 다시 경영권 매각에서 일부 지분 매각으로 오락가락 하는 사이 직원들의 불안감만 커졌다. LS그룹은 2015년 대성전기공업(LS오토모티브 전신)을 매물로 내놓을 때부터 회사를 활용해 얼마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에만 몰두했을 뿐 세간의 평판이나 직원들의 사기는 고려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LS오토모티브의 성장전략이 흔들리게 됐다는 점이다.

      연초 LS오토모티브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멕시코 공장을 건설하는 등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LS그룹 편입 이후 유상증자 등 단 한차례의 지원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 스스로 이뤄낸 성과로 꼽힌다. LS오토모티브 입장에선 "회사가 망하지 않을 최대치까지 단가를 쥐어 짠다(자동차 업계 관계자)"고 평가받아온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을 줄이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고객군을 확대하는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상장이 뒤틀리면서 이 전략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 됐다. KKR 등 외부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을 앞둔 회사의 전략은 다시 원점에 섰다. 내부에선 LS그룹이 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 지분만을 유지한 채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LS그룹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에서도 수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번 매각도 실패하면서 그룹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LS는 수차례 공개, 비공개 매각 추진에서 쓴 맛을 봤지만 '투자원금 회수'라는 명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선노 E1 CFO는 각 신용평가사를 방문해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엔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가장 빠른 시일에 많은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협상자를 택했지만 인수가격을 높여줄 것을 요청하다 협상 테이블이 깨졌다. 최근 증권주의 상승이 급박한 유동성 현실을 가렸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사이에선 일찌감치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 무산을 고려해 LS네트웍스 및 E1의 신용도를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LS오토모티브에 대한 그룹 지원가능성을 '전혀 없음'으로 평가한 한국기업평가의 혜안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매각이 무산될 때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들의 동요는 심해지고 있다. 그룹은 금융업에 대한 의지도 이해도도 부족한데 고용 보장은 불분명하다. 최대한 조용하게 매각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공개매각으로 전환한 SK그룹(SK증권)이나, 사모펀드 등 약탈적 이미지가 있는 인수자는 피하려는 현대중공업그룹(하이투자증권)과도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S그룹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고 오너 일가도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LS오토모티브나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에서 보여준 배포는 다른 대형 그룹에 비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LS그룹에 명확한 의사 결정 체계가 없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LS그룹은 대외적으로 사촌 간 우애를 기반으로 공동 경영을 꾸려온 점을 강조하지만, 시장은 의사결정자들의 ‘혼선’으로 받아들인다. 이베스트증권 매각 과정에서도 또다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LG투자증권 근무 시절 측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G&A PE의 의사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LS그룹은 전선‧에너지 등 ‘안정적이지만 수익은 박한’ 그룹 사업 모델을 극복하려는 고민을 수 년전 부터 이어왔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이미 대외적인 인터뷰 등을 통해 “현금을 비축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사업 모델로 전환 하겠다”고 시장에 알리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 및 신사업 분야에선 적극적인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대상 회사에 대한 배려보다는  가격 등만 고려한 사례들이 쌓이면서 인수 및 매각 후보들에게 부정적 인식은 커졌다. 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 비상장사이다보니 향후 IPO 시장을 두드릴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거래소가 LS그룹에 또 편의를 봐줄 가능성도 미지수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