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확장의 기억' 가진 실무형 부사장 전면 배치
입력 2017.06.30 07:00|수정 2017.06.30 07:00
    LG카드·조흥은행·굿모닝증권 인수 실무경험자 '중용'
    외형 확장 경험 있는 '최고 경험치'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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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이동환 신임 GIB사업부문장,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허영택 글로벌사업부문장.

      신한금융그룹이 백전노장들을 중용하며 리딩뱅크 사수에 나섰다. 2000년 이후 신한금융 영광의 역사를 함께한 실무형 부사장들을 전면 배치해 실권을 준 것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에는 세 명의 부사장이 근무하고 있다. 재무 담당 임보혁 부사장(CFO)과 전략 담당 우영웅 부사장, 경영지원 담당 진옥동 부사장이다. 여기에 이창구 신한은행 WM(고객자산관리)그룹 부행장이 지주 부사장보를 맡아 그룹 WM그룹을 이끌며 뒤를 받치고 있다.

      하반기에는 부사장급 임원이 둘 추가된다. 신설 부서인 이동환 GIB사업부문장과 허영택 글로벌사업부문장이 지주 임원을 겸직하며 그룹 전체 투자금융(IB)과 글로벌사업을 책임진다.

      이는 신한금융이 보유한 '최고 경험치'의 발탁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모두 신한금융그룹이 1등 금융그룹으로 성장해온 역사에서 외형 확장(Acquisitive growth)의 일각을 담당했다.

      이동환 신임 GIB부문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IR·자본시장 전문가다. 이 부문장은 신한금융그룹이 굿모닝증권(2002년)과 조흥은행(2003년)을 인수할 때 IR팀장을 맡아 시장과 소통했다. 지주 기획재무팀장을 맡아 M&A 후 그룹의 안살림도 꾸렸다. 그룹은 그에게 2001년과 2005년, 두 차례나 IR팀장을 맡겼다.

      신한금융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상업투자은행(CIB) 모델을 도입할 때 이를 리드한 경험도 있다. 국내 첫 은행-증권 겸임 임원이기도 했다. 협업으로 성과가 난 경우 계열사 담당자 각각에게 실적을 인정해주는 '더블 카운팅' 제도도 이 부문장이 CIB부문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처음 도입됐다. 더블 카운팅은 이젠 금융그룹 협업 모델에서 일반적인 제도로 통용된다.

      우영웅 부사장도 지난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의 실무 담당자였다. 당시 지주 전략담당 부장이었던 그는 고(故) 서진원 신한은행장(당시 지주 부사장)과 손발을 맞춰 당시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였던 7조원대 인수합병(M&A) 거래를 성사시켰다.

      LG카드 인수로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1위 카드사를 휘하에 거느리게 됐다. 신한카드를 중심으로한 비은행부문 성장 전략은 지금의 신한금융그룹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허영택 글로벌사업부문장의 경력은 신한금융의 글로벌 확장 역사 그 자체다. 1998년 뉴욕지점 차장으로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경력을 해외에서 쌓았다. 허 부문장은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신한금융이 진출한 다양한 국가에서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태스크포스(TF)에서 일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의 포석을 닦았고, 2013년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을 맡아 신한베트남은행을 캐시카우 중 하나로 키워냈다.

      특히 허 부문장의 발탁을 두고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굳이 지주나 은행에서 경력을 쌓지 않아도 그룹의 주요 임원으로 일할 수 있다'며 이를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진옥동 부사장은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SBJ은행(신한은행일본법인) 법인장을 지냈다. 지난 연말 해외 법인장에서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두 단계를 건너뛰어 파격 승진한 뒤 지난 3월 지주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평가다.

      이들의 공통적인 과제는 가용 자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비은행을 앞세운 KB금융의 추격을 어떻게 뿌리치느냐다. GIB는 이해관계가 다른 네 곳의 계열사를 제대로 묶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은행과 증권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해외 부문은 경쟁사보다 강점이 있지만, 주 무대인 동남아시아에서 국내계는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여전히 '순혈주의'는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GIB 부문 수장의 경우 외국계 IB 출신 등 외부 전문가 영입이 고려됐지만, 결국 내부 출신인 이 내정자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