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M&A 재무자문 시장에선 메릴린치와 도이치증권이 각각 1조원에 육박하는 거래를 자문하며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메릴린치는 9300억원 규모 휴젤 인수 자문을 맡았다. 휴젤 인수전은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베인캐피탈의 승리로 끝났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CVC캐피탈의 로젠택배 인수 자문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아쉬운 모습이었으나,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관계를 맺으며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베인캐피탈은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도 진행 중이다.

작년 할리스커피 매각에서 헛심만 썼던 도이치증권은 더블유게임즈의 미국 소셜카지노업체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인수에 참여했다. 인수금융에 소수 금융회사만 참여할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된 거래의 자문을 따냈다. 초기 단계에 그쳤으나 도이치증권은 올해 CJ그룹의 더바디샵 인수 자문사로도 낙점된 바 있다.

1분기 2위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가 상반기 1위에 올랐다. 금호타이어와 LG그룹의 LG실트론 매각 계약이 1분기 중 체결됐고 DDI 매각 자문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호타이어 매각은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채권단 내부에서도 주관사의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DDI 매각은 글로벌 M&A 자문사 레인그룹(Raine Group)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중 추가 실적은 올리지 못했으나 올해 최대거래인 대성산업가스 매각 자문에 힘입어 2위를 차지했다.

3분기 순위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자문 실적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 전체 규모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거래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3000억엔(약 3조원)을 대출금 형태로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골드만삭스가 일본에서 매각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조상욱 IB 대표 등이 직접 일본을 오가며 SK하이닉스의 인수 자문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도 뒤늦게 SK하이닉스 측 자문단에 참여했지만 실제 자문 비중은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