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배·새 선장 세운 신한금융 IB, 하반기 '굴기' 가능할까
입력 2017.07.04 07:00|수정 2017.07.04 07:00
    상반기 리그테이블 성과 '그닥'...수장 공석 등 영향
    GIB 출범 위한 '전략적 인내'...단점 보완해 새출발
    자본력 열세·인력유출 등 악재 넘어야
    • 신한금융그룹이 새로운 상업투자은행(CIB) 모델 시험에 나섰다. 투자금융(IB) 협업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총괄할 새 자리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지난 3개월간의  '수장 공백'도 감수했다.

      신한금융이 새로 내세운 GIB(Group & Grobal Investment Banking) 모델은 이전 CIB 모델의 한계를 상당부분 보완했다는 평가다. 새 체제의 중심에 선 신한금융투자가 IB부문에서 경쟁력을 되찾을지 관심사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그다지 인상깊지 못한 성적을 냈다. 주식시장(ECM) 부문에서는 2681억원, 4건의 실적으로 9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간 기준 4위에 오르며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같은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과는 대조되는 실적이다.

      주관 규모 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졌어도 중소기업 거래에서 강점을 보이며 건수 면에서는 전통의 강호들에게 밀리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랐다. 이번에는 다룬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았다.

      채권시장(DCM) 부문에서는 1조2385억원, 25건의 실적으로 6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간 기준 5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근소한 차이로 뒤를 쫓던 SK증권이 신한금융투자 위로 올라섰다. 한때 강점이 있던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관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쟁사들이 2분기 경쟁적으로 실적을 늘리는 동안 신한금융투자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3개월간 고작 1200억원의 회사채 주관 실적을 추가했다. ECM 부문에서도 기업공개(IPO) 공동주관을 맡은 제일홀딩스가 일정대로 상장에 성공한 덕분에 겨우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 사이 신한금융 CIB의 수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전임 CIB 부문장이었던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이 지난 3월 지주로 이동한 뒤 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올초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CIB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후속 인사도 3개월가량 미뤘다. 그 사이 새로운 GIB 체제를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

      사실상 올 2분기는 '전략적 인내' 기간이었던 셈이다.

      신한금융은 그간 CIB 체제 밖에 위치해있던 신한캐피탈과 신한생명을 새 체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경쟁사인 KB금융의 CIB 체제와 비슷한 구조지만, 신한금융의 GIB는 신한생명 대체투자본부가 포함되는등 '투자'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동환 신임 GIB부문장 내정자의 원 소속을 신한금융투자로 정하며 '은행 중심 CIB'를 탈피하려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동환 내정자는 2012년 신한금융의 CIB의 구조를 설계한 기업금융 전문가 중 하나다. 계열사간 임원 겸직, 실적 더블 카운팅, 중소·중견기업 위주 토탈 솔루션 제공 등 KB금융도 벤치마크한 한국형 CIB의 '원조'격이다. 은행 출신이지만 신한금융투자 내부 평판도 좋은 편이다.

      새로 출범한 신한금융 GIB는 올 하반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리딩뱅크 라이벌로 떠오른 KB금융이 증권을 강화하며 신한금융을 위협하고 있는만큼, 신한금융투자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내부적인 긴장감이 팽팽하다.

      다만 이 내정자를 비롯해 신한금융 GIB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올 하반기엔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경쟁 증권사들이 어음 발행을 통한 기업금융에 나설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갖추지 못한 무기다. 당장 인수금융 및 기업신용공여 부문에서 열세가 예상된다.

      IB 부문에서 인력 유출도 있었다. 최근 IPO부서에서 팀장급을 포함한 실무자 4명이 이탈했다. 이들은 중국전문팀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차별화된 경쟁력 중 하나였던 중국기업 국내 IPO에 상당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가진 인력들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IPO로 벌어들인 140억여원의 수익 중 절반을 중국기업 IPO에서 확보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자본력의 열세를 그룹의 네트워크와 신용관리능력으로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경쟁사인 KB증권이 의외로 짧은 기간에 CIB로 실적을 낸만큼 신한금융 GIB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