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리스크에 협력업체 신용등급 하락·여신 옥죄기 본격화
입력 2017.07.05 07:00|수정 2017.07.07 10:04
    KEB하나銀, 협력업체 여신축소 검토 中
    "현대차·중국向 매출 비중 높을수록 리스크 높다" 판단
    주요 협력업체 신용등급 하락 기조 지속할 듯
    •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협력업체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여신 규모 축소를 본격화했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 위험도(리스크) 점검에 나서고 있다. 주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들이 대상이다. 이들의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각자도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2일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최근 현대차그룹 1차 하도급 업체(벤더)를 중심으로 여신 현황을 점검하고, 재무안정성이 취약한 기업의 여신을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은행권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 2·3차 소규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여신점검이 진행됐으나 비교적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여신축소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현재 부채비율이 200%를 넘거나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협력 업체들이 재무안정성이 취약한 업체로 분류돼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현대차그룹 주요 협력업체 20곳 중 화승R&A(319%, 산업용 고무)·에코플라스틱(355%, 자동차용 플라스틱)·덕양산업(405%, 엔진용 부품)·서연전자(250%, 자동차 전장부품)·경창산업(239%, 자동차용 케이블) 등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상태다.

      서연이화(98%, 자동차용 내장재)·화승R&A(75%)·에코플라스틱(59%)·대원강업(83%, 엔진용 부품)·덕양산업(91%)·서연전자(99%)·경창산업(67%) 등은 유동비율 항목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소규모 협력업체는 물론 1차 협력업체들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주로 내연기관 구동계 부품업체가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의 간접여신과 한도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여신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은행권뿐 아니라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신용등급 하향 검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부품사의 수주물량 감소와 고정비 부담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소진을 위한 판매 인센티브가 증가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판가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자금 결제의 지연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부품사들의 운전자본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현재 A급인 등급의 하향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성우하이텍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해외 생산거점에 동반진출하고 사업기반을 확대해 왔다. 회사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3조8343억원으로, 지난 2013년(3조1059억원)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35억원에서 14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 사이 영업이익률은 6.9%에서 3.7%로 감소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은 2.2배에서 4.4배로 증가했다.

      최근 ▲고정비 부담이 상승 ▲주 거래처인 현대차그룹의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해외 생산거점 확충에 따라 재무부담의 확대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판매부진 및 비우호적 여건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이 등급 하향을 검토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기평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업황은 전방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경기 흐름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고, 주 거래처인 완성차 업체의 판매실적과 이들로부터 수주물량 및 납품단가가 개별 부품업체의 영업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 또한 지난 5월 정기평가를 통해 자동차용 섀시(Chassis)를 생산하는 화신의 등급 전망을 지난해와 같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또한 현대기아차와의 긴밀한 영업 관계와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수익 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현대기아차의 성장둔화와 협력업체의 열위한 교섭력 등은 향후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고려하는 원인이 됐다.

      이 같은 부품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의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와 중국시장의 이익기여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그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지만, 매출처 다변화와 신규사업 분야 진출이 비교적 쉬운 현대차그룹 계열사보다 협력업체들의 신용 리스크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차량용 시트 원단 및 봉제 제품을 생산하는 코오롱글로텍의 매출 80% 이상은 현대기아차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수요 감소와 주요 생산품목(패브릭) 수요 감소 등으로 실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국내시장의 부진은 영업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중국법인이 만회해 왔다. 하지만 중국법인에서 생산되는 모듈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에 납품되고 있고 올 1분기 들어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 물량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30%, 영업이익은 68% 급감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현대파워텍과 현대다이모스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고 비(非)현대차그룹에 대한 납품을 늘면서 영업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기도 했다.

      이지웅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성장성이 둔화해 있고 국내 부품사들의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실적 변동성 완화를 위해 거래처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품사들의 각자도생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