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국정농단 '특수(特需)' 중간 결산…김앤장·태평양·지평 웃었다
입력 2017.07.11 07:00|수정 2017.07.12 09:33
    삼성, SK 선점한 태평양 변호인 통째로 빼가
    김앤장, 롯데 형사사건으로 100억 수익 예상
    지주사 전환·M&A 자문 등 부외 수입도 드러나기 시작
    • 재계를 떨게 했던 '국정농단 게이트'가 해를 넘기면서 로펌들의 손익 계산도 시작됐다. 수사가 재계 전체로 번지지 않아 애초 로펌들이 기대했던 '큰 장(場)'이 서진 않았다. 하지만 김앤장과 그 외 로펌 간의 성과는 뚜렷이 갈렸다.

      지난 12월, 삼성·현대차·SK 등 국내 5대 그룹은 총수들의 청문회를 시작으로 대형 로펌 확보 경쟁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국내 1위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을 찾았고, 삼성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SK그룹은 지난 2013년 최태원 회장의 횡령혐의 재판 항소심에서 인연을 맺은 법무법인 지평에 변호를 맡겼다.

      SK그룹은 청문회 이전 특검 수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사안이 커질 것을 대비해 변호사를 수소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태평양을 찾아 사건을 맡겼지만, 뒤늦게 변호사를 수소문한 삼성이 태평양 변호인 전원을 그대로 데려갔다. 재계에선 “삼성의 저력이 확인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삼성 재판장에 우리가 선임했었던 태평양 변호사들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 울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변호사 보는 눈이 있었다는 안도와 함께 삼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로펌 사이에선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푸념도 나온다. 초반 예상보다 재계 전반으로 불똥이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앤장만 대박, 태평양‧지평은 중박, 나머지는 기회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앤장은 롯데그룹 형사사건으로 이미 지난해에만 100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대평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과거 2014년 지평이 최태원 회장 형사 사건으로 35억원을 받아 업계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김앤장이 기록을 깨면서 롯데그룹 딜로 한 해 장사를 다 했다는 시샘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과거 최태원 회장의 1심 판결 당시, 하루 전까지도 무죄가 확실하다고 믿었을 만큼 김앤장에 대한 신뢰가 컸었는데 유죄가 나오면서 중요 사건은 안 맡기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다만 각 계열사 CEO 사건 등에서는 김앤장 외 다른 로펌을 선임하면 CEO들이 서운해하는, 김앤장만의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아예 김앤장을 안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길어지는 재판만큼 로펌들의 수익은 불어나고 있다. 로펌 업계에선 현재 총수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과 롯데그룹은 물론, SK그룹도 최근까지 담당 로펌에 수임료를 지불해가며 재판이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로펌들의 송사 수임은 지주사 전환‧M&A 자문 등 로펌들의 ‘부외 수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자문 영역에서 김앤장에 일을 맡기지 않았다. 이번엔 그 관례를 깨고 김앤장에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맡겼다. SK그룹도 연초 ‘빅딜’이었던 LG그룹과의 LG실트론 거래에서 법률자문으로 지평을 선정했다. 그간 SK 거래를 전담해온 광장·태평양‧세종이 맡을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깼다. 당시 LG측을 대리했던 광장을 제외하더라도 이례적이다. 그룹 총수의 형사사건을 맡은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그룹 총수사건의 경우 개인 돈으로 수임료를 지급하기엔 부담이 되는 만큼 계열사의 M&A 자문 등을 몰아주는 ‘관행 아닌 관행’이 있다”라며 “지금처럼 대기업 M&A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선 형사사건 성과가 각 로펌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