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휴젤 인수 성공한 베인캐피탈, 한국 시장 중요성 확인
입력 2017.07.13 13:29|수정 2017.07.14 10:40
    아시아 펀드 커지며 대형 거래 나오는 한국 시장 집중 예상
    2015년 MSPE 출신 이정우 대표 영입하고 한국 투자팀 꾸려
    작년 카버코리아 이어 경영권 분쟁 휩싸였던 휴젤 인수도 성공
    • 베인캐피탈은 휴젤 인수로 한국 시장 투자 확대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휴젤은 오랜 경영권 분쟁으로 결실을 거두기 쉽지 않은 투자대상이었으나 오랜 기간 공들이고 좋은 조건을 제시한 끝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아시아 펀드 규모를 키워가는 베인캐피탈은 대규모 거래가 심심찮게 나오는 한국 시장을 도외시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국내 대형 거래에 속속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휴젤 인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휴젤 최대주주인 동양에이치씨 주식 전량을 인수(약 4277억원) 및 휴젤 유상증자(약 3547억원) 참여, 전환사채(CB) 인수(약 1000억원) 등 총 9274억원 규모다. 오는 14일 거래 종결 예정이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안면미용 의약품 제조사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과 필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5년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해외 수출로를 뚫었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큰 시장에서 3상을 진행하는 등 전망도 밝다.

      휴젤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구애가 이어졌다. MBK파트너스나 IMM PE 등 국내 대표 운용사는 물론 외국계 PEF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휴젤은 1년 이상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공동창업자 중 신용호 비오성형외과 원장은 상장 전 지분을 정리했으나 다른 창업자인 홍성범 상하이서울리거병원 총원장과 문경엽 휴젤 대표간 다툼이 벌어졌다.

      일부 PEF 운용사는 분쟁 해결이 어렵다며 일찌감치 발을 뺐다. 홍 원장과 문 대표가 보유한 동양에이치씨 지분은 휴젤 상장 후 2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기 때문에 그 전엔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인수 의지를 접은 PEF도 있었다.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베인캐피탈은 오랜 기간 경영진과 주주를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인수란 지적이 있었을 만큼 창업주들엔 확실한 회수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유상증자 참여와 CB 인수로 휴젤의 성장 동력도 마련했다. 메릴린치도 거래 종반 합류해 베인캐피탈의 휴젤 인수에 힘을 보탰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며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베인캐피탈의 이름을 듣기는 어려웠다. 2007년 1호펀드(10억달러, 약 1조1500억원), 2011년 2호펀드(20억달러)를 결성하는 등 아시아 투자 펀드 규모를 키웠지만 주로 일본과 중국에서 투자를 집행했다.

      2015년 3호 펀드(30억달러)를 결성한 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주무대인 일본에선 칼소닉칸세이 인수전에서 KKR에 패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던 터라 다른 시장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베인캐피탈은 2015년 한국 사정에 밝은 이정우 모건스탠리PE 상무를 한국 대표로 영입해 팀을 꾸렸다. 이정우 대표는 MSPE 서울 사무소에서 한화L&C, 놀부 등 투자에 관여한 바 있다. 휴젤 비상무이사로도 선임될 예정이다. 휴젤 인수자문을 맡은 조찬희 메릴린치 상무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동문이자 막역한 사이라는 전언이다.

      외국계 PEF 관계자는 “아시아 펀드 규모를 키워나가는 베인캐피탈로선 앞으로의 펀드 결성이나 투자를 위해 대형 거래가 심심찮게 나오는 한국 시장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PEF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적이 없다는 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베인캐피탈은 한국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지만 현재까지 성적도 나쁘지 않다.

      첫 대형 투자 기업인 카버코리아(골드만삭스ASSG와 공동 투자, 4300억원)는 인수 후에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활동을 하지 않던 운용사가 변동성이 큰 화장품 회사에 투자한다는 점을 들어 대출을 꺼리는 금융회사들도 많았으나, 최근엔 베인캐피탈의 투자 안목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휴젤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42억원, 영업이익은 25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6억원, 170억원 늘어났다. 연초 30만원 초반이던 주가는 최근 50만원 중반대를 훌쩍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