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무관심' 속 '작전' 놀이터 된 스팩
입력 2017.07.17 07:00|수정 2017.07.18 09:40
    시가총액 60억원대 초소형 스팩에 자금 몰려
    주가 급등락 반복…시세조종 '취약 회사'
    다(多) 스팩 구조로 인한 현상 "당분간 지속될 것"
    • 올해 상장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들이 투자자들의 무관심에 소외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스팩은 이유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며 불안정성을 노출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주식시장에서 상장 공모를 진행한 스팩은 모두 10곳이다. 이중 절반인 5곳이 1대 1 미만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대신밸런스제4호의 경우 90억원 모집에 일반 청약 금액이 1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반공모 흥행에 실패하는 스팩이 속출하는 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2014년 하반기 한국거래소가 '1증권사 1스팩' 원칙 폐기 이후 스팩 공모가 쏟아졌지만, 합병에 성공하는 스팩은 연 10~15개 안팎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미 상장돼 거래중인 스팩만 42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상 별다를 것 없는 신규 스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합병을 통해 국내 1위 증권사가 된 후 처음 스팩을 내놓은 미래에셋대우제1호 정도가 예외적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관심이 줄어든 자리엔 투기가 들어찼다. 신한제3호스팩은 지난 11일 스팩으로서는 드물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음날 곧바로 18% 하락했다. 한화에이스제3호 역시 2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주가가 지난달 말 갑자기 장중 246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2100원대로 되돌아왔다.

      신영스팩3호 역시 지난달 말 갑자기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음날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은 공모 규모 50억원 안팎, 시가총액 60억원 안팎의 초소형 스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 스팩 평균 공모 규모는 2013년까지 200억원 안팎이었지만 2014년 이후 100억원대로 줄었고, 지난해부턴 50억원대도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덩치를 줄여 최대한 많은 합병기회를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투자자가 적은 돈으로도 쉽게 시세를 좌우할 수 있는 '취약 회사'가 돼버렸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스팩에 투자할 땐 최대한 시가총액이 적은 회사에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일반투자자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며 "일부 투자카페나 정보지 등에 시가총액이 작은 몇몇 스팩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스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증권사 1스팩 원칙이 폐지되며 증권사별로 최대 5~6개까지 복수의 스팩을 미리 상장해두고 포트폴리오처럼 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이전처럼 '어떤 스팩이 무슨 회사와 합병한다'는 소문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모바일 게임회사 액션스퀘어의 경우 KB6호스팩과 합병한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실제로는 KB4호스팩과 합병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몸집이 가벼워 작은 매수세에도 주가가 크게 반응하는 작은 스팩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심리를 활용해 차익을 챙기려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난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을 통해 벌어야할 수익은 어느정도 정해져있는데, 합병은 쉽지 않다보니 일단 새 스팩을 상장 시켜 수수료라도 벌겠다는 심리가 없지 않다"며 "당분간 다(多) 스팩 상장으로 인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