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FI, 한화S&C 투자조건 놓고 힘겨루기 예고
입력 2017.07.19 07:00|수정 2017.07.20 09:48
    공정위 규제에 S&C SI사업 분사 후 3000억 투자유치 추진
    S&C 가치 높아야 승계 수월…캡티브 의존도 높고 성장성 의문
    FI, 매출 유지 및 회수 보장 필요하나 한화 수용할지 불투명
    • 한화S&C 투자 유치에 나선 한화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 조건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으로선 승계 작업의 핵심인 한화S&C가 낮은 가치로 평가 받기를 원하지 않고, 뚜렷한 성장성을 찾기 어려운 기업에 투자하는 FI들은 확실한 회수 조건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한화S&C는 그룹 내 매출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한 조사를 벌였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한화S&C를 하도급거래 상습 법 위반사업자 명단에 올렸다.

      한화그룹은 공정위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한화S&C의 시스템통합(SI) 및 IT 관련 사업을 물적분할한 회사를 신설한 후 그 회사 지분 49%를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최대 3000억원가량을 조달하기를 원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는 물론 국내 상위권 운용사들도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투자 규모다. FI로선 10대 그룹, 그 중에서도 후계자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와 연을 맺을 기회이기도 하다. 잠재적으론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해결사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한화그룹은 국내외 유수의 PEF에 투자 의향을 타진한 후 CVC캐피탈파트너스,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잠재 후보자로 선정했다.

    • CVC는 임석정 한국 회장 취임 2년이 다 되도록 빈손이다. 미국계 PE들이 실적을 내기까지 통상 3년을 기다려주는 것을 감안하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계 PAG의 국내 투자 실적은 영실업(2015년 5월, 2200억원)을 인수한 정도다. 2015년말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 2호 펀드를 결성한 이래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올해 초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2본부에서 이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3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PEF 결성(투자1본부) 시기에 추진 중인 대형 거래라 투자 의지가 높다. H&Q는 2013년 11월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아 5642억원 규모 3호펀드를 결성했는데 통상 투자기간이 4년인 점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규제를 피하려는 한화그룹과 좋은 투자기회를 잡으려는 FI간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협상 과정이 순탄하게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의 가치 산정과 투자 조건에서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주주로 있고 단기간에 가치를 키운 터라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한화S&C를 지주사격인 ㈜한화와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그룹을 잠시 떠나 있는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을 제외하고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S&C가 자회사로 거느릴 SI 사업부문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향후 승계 작업에 유리할 수 있다. 투자금을 두둑히 받아둬야 주주에 배당으로 끌어 올리거나 한화S&C의 신사업 확장에 사용하는 등 다양한 선택권이 생긴다.

      한화S&C의 SI 사업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글로벌 기업 오라클이나 삼성SDS, LG CNS 등 몇몇 대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 SI 업체들은 그룹 전속시장 물량에 의존한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S&C 역시 지난해 그룹향 매출 비중은 70%에 달했다. 지난해는 자회사 한화에너지 등 호황을 맞은 화학계열사들이 SI 서비스 가격을 후하게 쳐주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꾸준히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대기업 계열 IT 기업은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당면 과제지만 선두권 업체를 따라가기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성을 점치기 어려운 사업 형태다 보니 FI들로서는 보다 깐깐한 검증에 나서고 매출 유지 및 회수 보장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후보들은 회사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실사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순순히 FI의 요구에 응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금 조달의 선택권이 넓고 고자세를 보이는 대기업들은 FI에 수익 및 회수 보장 조건을 제시하는데 박하다. 모호한 조건을 내놓거나 교보생명,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사례처럼 회수 조건을 명문화하고도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SK플래닛 투자유치는 대기업과 FI의 시각차만 확인한 끝에 무산됐다.

      M&A업계 관계자는 “PEF가 성장성이 불투명한 기업의 소수지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선 출자자(LP)가 납득할 수 있는 계획과 안전 장치를 한화그룹으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한화그룹이 어쩔 수 없이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가치 평가 수준이 낮거나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가 있다면 거래를 중단하고 규제에 따른 세금을 부담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화그룹과 FI들은 이달까지 한화S&C SI사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 초쯤 투자자들의 조건을 접수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