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낮아진 눈높이'...RBC비율 200%도 '감지덕지'
입력 2017.08.04 07:00|수정 2017.08.04 07:00
    [취재노트] 2014년 금감원 리스크 제도 개편 추진
    보험사 RBC비율 하락 추세 뚜렷
    건전성 우수한 보험사 눈높이도 RBC비율 200%으로 내려가
    • 보험사의 건전성을 바라보는 금융감독원의 ‘눈높이’가 바뀌고 있다. 리스크 제도 강화에 따른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이 본격화 되면서 이전과 같은 잣대를 들이 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RBC비율이 이제는 건전성이 우수한 보험사의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금감원은 RBC비율 취약 우려(150% 미만) 보험사에 대한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도록 요구했다. 규정상으론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져야 경영개선권고 등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돼있지만, 사실 150% 수준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마지노선’이었다.

      이런 기류는 2014년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7월에 나온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제도 선진화 종합로드맵 마련’에 따라 리스크 관리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면서다. 이후 금감원은 2018년까지 국제기구 권고사항 및 유럽 미국 등 해외제도 개선 추진 내용을 토대로 국내 건전성 감독 및 보험부채 평가제도 변화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종합로드맵을 살펴보면 ▲리스크 관리 수준 상향 ▲리스크 측정 방식 정교화 ▲장수리스크·연결RBC 도입 등 이전보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보험사들 입장에선 자본확충 없이는 기존의 RBC비율을 유지할 수 없게 끔 된 것이다. 제도 시행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평균 RBC비율이 모두 300%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RBC비율은 246%, 손해보험사는 232%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회사마다 편차가 커 대형사 몇 곳을 빼면 대다수가 200% 이하의 RBC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금감원의 태도도 변했다.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보면 모든 보험사들이 낙제점을 받게 생긴 탓이다. 금감원 담당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200%만 유지해도 ‘매우 건전하다’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보험사들의 목표 RBC비율도 변했다. 지난 연말 실적발표에서 삼성생명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RBC비율 200%는 지키겠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생명이 나서서 RBC비율 200%를 외치고 나섰으니, 다른 생보사들의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에선 이러다가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보험사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KDB생명(124.35%), MG손해보험(118.69%)은 RBC비율 100%를 가까스로 넘겼다.

      업계에선 RBC비율 100% 이하의 보험사 출현을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생보사, 손보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 됐었다.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저금리 ▲줄어드는 보험수입 ▲부족한 대주주의 지원여력 이라는 ‘삼박자’는 이미 갖춰져 있다. 앞으로 보험사의 RBC비율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