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C 트라우마?' 해외 M&A 앞두고 '예민한 KB'
입력 2017.08.23 07:00|수정 2017.08.22 10:38
    소규모 거래임에도 지주에서 꼼꼼히 보고받아
    오랜만의 글로벌 M&A에 '과민반응'이란 평가도
    '성공의 기억'과 '전략' 필요하단 지적
    • 오랜만에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선 KB금융의 등 뒤에 여전히 'BCC 트라우마'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움직임의 초점이 여전히 '리스크 회피'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번 KB증권의 베트남 메리타임증권 인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다. 조남훈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비롯한 KB증권 실무진들이 박재홍 글로벌전략담당 전무 등 KB금융지주의 주요 임원들에게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메리타임증권은 자기자본이 200억원대 중반 수준인 현지 10위권 증권사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다 해도 거래 규모가 500억원 안쪽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400조원의 KB금융그룹에 부담스러운 규모가 아님에도 불구, 지주가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의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08년 KB국민은행을 통해 BCC 지분 41.9%(우선주 포함)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9541억원에 달했다. 인수 직후 금융위기를 만나며 대규모 손실이 났고, 결국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BCC 지분의 장부가를 1000원으로 조정했다.

      BCC로 인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BCC를 매각했지만, 회수 금액은 1600억여원에 불과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CC는 KB금융 글로벌 진출과 M&A의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기억"이라며 "지주로서는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도 '해외 M&A'인 이상 꼼꼼히 들여다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와 증권의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이 결국 '글로벌 진출 전략 부재'로 인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진출할지, M&A를 한다면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 인수한 기업을 현지에서 어떻게 성장시킬지 '성공'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메리타임증권 인수가 BCC 이후 KB금융의 첫 글로벌 M&A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메리타임증권은 이미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 3년새 자산과 수익이 모두 반토막 났다. 2014년 13.8%이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지난해 4.6%에 그쳤다.

      KB증권이 메리타임증권을 인수한다면, 몰락해가는 실적을 턴어라운드할 전략과 동요하고 있는 현지 주요인력을 붙잡을 수습책을 가지고 가야 한다.

      KB금융은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을 인수해 국내 2위권 캐피탈사로 키워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의 원활한 인수후통합(PMI)에 실패한 기억도 있다. 임단협을 둘러싸고 인수 직후부터 지난달까지 노동조합과 마찰이 빚어졌던 바 있다.

      이런 '경험'들이 영업의 풍토와 임직원의 기질이 다른 글로벌 M&A에도 통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KB증권이 단순히 윤종규 회장의 '글로벌 확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나, 특정 경영진의 성과를 위해 M&A를 추진한다면 필패할 것"이라며 "풍부한 글로벌 확장 경험을 가진 임직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KB의 약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