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하에 '5G·4차 산업' 외치지만…초조한 SKT
입력 2017.08.25 07:00|수정 2017.08.24 18:46
    [취재노트]

    경영자 중도 사임, 조직개편 빈번
    신산업 투자 관련 전략·성과 없어
    • #1. "현재 이통사업자가 직면한 어려움은 요금 인하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요구와 함께 단말기 지원금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로는 5G, 4차 산업혁명 등 주요 미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펀더멘털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

      #2. "당분간 SK하이닉스을 통한 배당수익은 SK텔레콤이 뉴 ICT 회사로 진화하기 위한 신규 사업에 투자하겠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뚜렷하지 않은 ‘4차 산업혁명’ 키워드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국내 기업으로 SK텔레콤(SKT)가 꼽히고 있다. 'ICT', 'IoT', '5G' 등 미래기술 관련 키워드와 연계해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시장의 배당 요구 등에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명분도 쌓고, 재원도 쌓아 쏠쏠히 '빚을 진' 상황에서 구체적 성과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업인 통신 부문에서의 대규모 망투자는 대부분 끝내 재원은 쌓여가는 상황이다. 향후 비(非)통신부문 성과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사내외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SK그룹 내 경쟁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 체인지 2.0’을 내세워 M&A 등 각 계열사 사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통신업 특성상 미래 먹거리에 대한 뚜렷한 대답을 내놓기도, 옅어지는 그룹 내 존재감을 손 놓고 지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 SKT의 초조한 모습이 일부 외부에 드러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사내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중도 사임해 화제가 되기도 됐다. SKT측은 박정호 사장이 고심 끝에 CTO의 도이치텔레콤으로의 이직을 허락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복수의 내부 관계자들은 "신사업 관련해 박정호 사장과 이견을 보여 이직처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경질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정호 사장 부임 이후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빈번한 조직개편과 실적 부담이 이어지며 내부 불안감도 가중돼고 있다.

      고삐를 죄는 SKT의 모습과 달리 시장의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회사의 신사업 진입 전략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더러,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회사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과 통신업을 접목시켜 미래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방법 측면에선 의문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알려졌듯 세계 2위권 D램 ‘제조업체’다. 자율주행·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을 설계하는 ‘두뇌’ 기술을 보유한 퀄컴·인텔·ARM과는 다소 방향이 다른 뿐더러 역량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한 IT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를 여러 농작물에 활용할 수 있는 '비료 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비유한다면, SK그룹의 도시바 인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벼 종자'를 사들인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라며 "어느 전략이 맞다고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지만, 방향성 측면에서 접근은 분명히 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기술인 5G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호흡을 맞춰줘야 할 LG유플러스가 '소신'을 밝히며 머쓱해졌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5G는) 기존망의 보완투자 개념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표준화가 진행된 이후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상용화는 물론 국제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투자 경쟁은 피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 관련 애널리스트는 “3G에서 LTE로의 전환 시기에 통신사와 고객이 느꼈던 변화 대비 LTE에서 5G로 이동할때 체감은 크지 않다"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이 체감할 변화는 미미하고, 미래에 열릴 자율주행차·VR·IoT 등 일부 서비스에서 수요처가 늘어날 순 있지만 통신사들이 내세우듯 빠른 시간에 수요처가 확장되고 질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의 펼친 신사업 중 가장 빠르게 투자자들 눈앞에 놓일 성과는 자체 AI기술 '누구'를 접목한 스피커 정도다. 이미 국내에선 경쟁사 KT는 물론 카카오, 네이버 그리고 삼성전자 등도 뛰어든 시장인 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선을 국외로 돌려보면 아마존·애플·구글·MS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이미 수 년전부터 AI 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해왔다. 최근 피를 섞은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EXO)·샤이니 등 아티스트 목소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질적으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협력으로 보긴 어렵다.

      뚜렷한 방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SK플래닛으로 분사했던 플랫폼 사업을 내부로 흡수해 다시 조직을 꾸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SKT가 손 대는 건마다 실패로 돌아왔던 과거 플랫폼 M&A 스토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연초엔 "옥수수를 아시아의 넷플릭스로 키우겠다"(박정호 SKT 사장, MWC)는 포부를 밝혔지만, 여전히 확장은 지지부진하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룹내 관계자는 "SKT 내부에선 자회사 아이리버의 음향 기술과 SKT의 AI 기술을 접목시켜 차량 전장사업 등에 활용하겠다는 미래 사업 전망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Harman)을 활용한 삼성전자의 접근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