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급 기업', 저금리 찾아 한국 저축은행으로
입력 2017.08.25 07:00|수정 2017.08.28 09:39
    자국서 10% 대출…한국선 6%로
    저축銀 "대출 이자로 수익" 반색
    '무분별한 대출' 경계 목소리도
    • 미국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제2금융권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자국 시중은행에서 10%내외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국제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기업들이 주고객이다.

      국내 제2금융권 입장에선 대출 이자만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미국 기업은 현지 은행보다 다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점과 B급 기업에 대한 신용 위험성을 고려하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 A저축은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등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BBB 등급을 받은 미국의 B기업에 약 600억원의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제공했다. B기업은 연 매출 약 1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15%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다. B기업은 미국 시중은행으로부터 9.5%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왔지만, A저축은행은 5.5%내외로 대출을 해줬다. 거래 중개는 국내 증권사와 미국 내 부티크(boutique) 형태의 투자은행(IB)이 담당했다. 이들의 수수료는 전체 대출금액의 0.5% 내외였다. A저축은행에선 대체투자팀이 거래를 주도했다.

      개별회사 간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신용등급 BBB급 기업의 자국 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10%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미국에서도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소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 사이에선 이자 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다양한 방안 찾기에 나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금리 차가 2% 정도만 나도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리파이낸싱 하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심도 커졌다. 미국의 신용등급 평가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보다 우량한 미국 기업이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대출 경쟁 심화와 그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 추세는 미국기업에 대한 대출 확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대형 IB까지 기업대출 시장에 가세하면서 금리 경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용 대출이 가능한 기업은 은행간 대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금리만으로 수익을 올리긴 어렵고, 대출을 기반으로 퇴직연금 같은 부수적인 업무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라며 "미국의 우량기업인데다 대출 금리만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면 어떤 국내 금융기관이든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출 확산 움직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 꼼꼼한 여신 심사와 사후 리스크 관리가 요구 되지만 은행권 내 아직까진 이를 맡을 인력도 조직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투자처 발굴(딜소싱)과 중개업무 모두 소규모 IB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국내 금융기관들끼리 금리 경쟁이 시작되면 부실 기업에 대한 대출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은행 한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담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고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정보접근이 제한된 해외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우량 BBB급 기업이라 할지라도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기 등급이 되기 때문에 해외기업 대출과 관련한 전문인력과 여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수익만 보고 대출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