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OLED에 '배수의 진' 친 LG, 반격 카드 만지는 삼성
입력 2017.08.30 07:00|수정 2017.08.31 09:20
    애플 투자유치 바탕으로 빠르게 진입속도 내는 LGD
    독점 업체 삼성, 가격 하락 우려에 대응책 고심
    "설비 가동 조정·치킨 게임 등 반격 시작할수도"
    • LG디스플레이(이하 LGD)가 모바일용 OLED 생산에 공격적인 진입을 알리면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최대 고객인 애플(Apple)과 동맹을 확정 지었고, 애플로부터 약 3조~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예상을 뛰어넘은 LGD의 빠른 시장 진입에 현재 모바일 OLED 패널 독점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도 물밑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D와 애플은 아이폰향(向) 패널 설비 투자를 두고 선수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금액은 3조원에서 최대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LGD 입장에선 LCD에서 OLED로 주력 사업의 체질 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LGD는 향후 3~4년간 모바일용 OLED 설비와 TV용 대형 OLED 설비에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LGD 측도 지난 7월 공식적으로 고객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어떤 고객과의 계약(Commitment)을 전제로 빠른 투자를 결정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LGD는 이르면 2019년부터 애플에 OLED 패널 본격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LGD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공급 시기에 맞춰 가격과 물량을 일정 정도 보장받길 희망했지만, 애플 측은 물량에 대한 보장만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선수금에 더해 일본 캐논의 자회사 도키(Tokki)사의 증착 장비 등 일부 핵심장비를 무상 임대 형식으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대규모 선수금 수령이 LGD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애플이 보여온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 관리'에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모바일용 OLED 패널은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설비 증설 경쟁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 투자 시 기대했던 이익을 거두지 못할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애플 전용라인으로 묶인 만큼 아이폰 판매량이 부진할 경우 LGD는 투자한 설비를 고스란히 멈춰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D가 중소형 OLED 양산에 성공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계획대로 설비를 늘릴 경우 개당 87달러에 육박한 패널 가격이 2019년엔 50달러 후반 수준까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에 들어갈 저온폴리실리콘(LTPS-LCD)의 확보를 위해 LGD에 선수금 명목으로 1조원 정도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특정 라인의 독점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LGD 매출의 약 3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올 정도로 안정적인 매출원이 됐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애플이 LGD 설비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샤프,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부품사들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로 물량을 꾸준히 분산시켰고 이를 통해 단가 인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LCD와 달리 현재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사가 전 세계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D 뿐인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완성업체의 협력 제의에 부정적일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LGD가 선수금 제의를 받아들인 점도 과거와 다른 환경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LGD 입장에선 2019년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중·소형 부문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도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가 OLED 패널을 도입해 출시될 ‘V30’ 및 구글의 ‘픽셀폰’ 등에서 양산 능력을 보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반격도 물밑에서 점쳐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선 애플의 요구로 올 초 약 10조원을 들여 증설 투자에 나설 때만 해도 LGD와 애플의 전격적인 동맹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독점 공급자 지위를 활용해 패널 수급량을 보수적으로 책정해왔지만, LGD의 고객사 확보를 손 놓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구글에 OLED 패널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구글은 차기 스마트폰 '픽셀폰'에 도입할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요청했지만 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LGD로 눈을 돌렸다. LGD측에 9000억원 선수금 제의를 시작으로 최대 2조5000억원까지 투자를 확대해 패널 공급량을 늘려가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자세를 보였던 삼성디스플레이가 픽셀폰의 연간 판매량 600만대 분량 중 400만대 규모 패널 공급을 결정하며 입장을 바꾸자 구글은 LGD에 추가 투자 제안을 중단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의존도를 줄여가려는 애플에 맞서 가동 계획을 일부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투자가 집행된 월 6만장 규모 애플 전용라인이 이르면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인 발주가 예상돼 왔는데, 삼성이 내년으로 발주 시기를 늦추며 수급량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