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글로벌 인수 시도에 시기적으로도 적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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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인수합병(M&A)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트 트럭(세단을 제외한 스포츠유틸리티·픽업트럭)’ 부문의 글로벌 수요 증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부진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세단-스포츠유틸리티(SUV)’ 라인업 미스매치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커지는 SUV 수요에 현대차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많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제네시스의 차급별 SUV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엔 자체 개발한 픽업트럭 조기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따라가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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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의 글로벌 SUV 비중은 26.5%로, 미국 시장 39.7%는 물론 글로벌 시장 평균 2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장문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모델 라인업을 탄력적으로 출시하고 있지 못하다”라며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제네시스 SUV 라인업 구축도 첫 시도인 만큼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 유인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라이트트럭 시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선 M&A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Geely)가 미국 볼보(VOLVO)를 인수하면서 부족한 라인업을 보완하고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한 것처럼, 현대차도 ‘라이트트럭’ 부문이 강한 완성차 업체 인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리차는 볼보 인수 후 SUV 부문 비중과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
현대차가 첫 글로벌 완성차 업체 M&A를 고려하기에 지금이 적기란 의견도 있다. 최근 미국 시장을 비롯해 자동차 주가가 상당히 낮아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밸류가 내려갔다. 매각측보다 인수측에 유리한 상황이어서 현대차가 인수 의지만 있다면 싸게 좋은 매물을 구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수를 위한 재무상태도 우수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이익잉여금은 올 상반기 말 기준 66조원에 달한다. 차입금 비율도 97.3%로 떨어지면서 100%대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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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매물 후보도 등장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프(JEEP)가 대표적이다. FCA는 세르지오 마치오네가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면서 2017년까지 M&A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재작년 주주총회 당시엔 현대차에 계열사 매각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현대차의 ‘라이트트럭’ 부문 보완과 FCA의 재무부담 완화 필요가 서로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최근 FCA가 중국 창청자동차의 지프 인수 제안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는 FCA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신호로 읽히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프를 포함한 FCA의 딜 관련 언론 발표는 협상 과정을 통해 지프의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액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기아자동차 외에 자동차 제조업체를 인수한 경험이 없다. 현대차가 지프 인수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이고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M&A 경험이 없다는 점은 걱정 거리다.
M&A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프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피인수 업체가 온전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다"며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후 특색을 잃어버린 사례가 있는 만큼 지프 측이 인수 후 현대차의 경영 개입에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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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30일 13:00 게재]